"집도 차도 있는데 채무?"…충정로 인쇄소 살인 사건에 주민들 '의아'

주민들 "어머니와 함께 성실히 운영…생활고 겪은 듯 보이지 않아"
30대 피의자 "채무 문제로 범행" 진술…경찰 "일방 주장, 사실관계 확인"

24일 서울 충정로의 한 대학 캠퍼스 정문 인근에 위치한 한 인쇄소. 지난 22일 이곳에서 인쇄소 사장 B 씨가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2026.5.24 ⓒ 뉴스1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채무 때문이라니…재작년에 장가도 갔고, 엄마랑 성실히 살던 아들이었는데…."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대학 캠퍼스 정문에서 불과 100m 거리에 위치한 한 인쇄소. 이곳은 대학 캠퍼스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었다. 옆에는 중·고등학교까지 있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인쇄소 옆 전봇대에는 폐쇄회로(CC)TV 3대가 설치돼 있었다.

평소 학생과 주민이 오가는 조용한 골목이지만 지난 22일 밤 이곳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30대 남성 A 씨가 인쇄소 사장인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B 씨는 결국 숨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B 씨와 채권·채무 문제로 다투다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 "채무가 있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건 이전까지도 인쇄소가 평소처럼 영업 중이었고, B 씨가 동네에서 성실한 사람으로 알려져서다.

주민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B 씨는 어머니와 함께 인쇄소를 운영해 왔다. 30여 년 동안 B 씨의 어머니가 인쇄소를 운영했고 B 씨는 10여 년 전부터 어머니를 도와 본격적으로 일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40년 넘게 이 동네에 살았다는 김 모 씨(64) B 씨가 어릴 때부터 인근에 살았다며 그를 '착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김 씨는 B 씨에게 채무가 있었다는 말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돈이 없는 집이 아니다. B 씨 어머니가 예전에 판교에 분양받은 집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최근에는 자가용도 샀다. 빚이 있었다면 집을 담보로라도 해결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지인 사무실을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피의자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5.24 ⓒ 뉴스1 구윤성 기자

30년 넘게 이 동네에 거주해 왔다는 유 모 씨는 사건 당일 오후 광화문 방향으로 산책하러 나갔을 때만 해도 인쇄소가 평소처럼 영업 중이었다고 전했다. 유 씨는 "당일에도 멀쩡히 영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니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고 말했다.

유 씨는 "대학에서도 제본을 많이 맡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달리 어려운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사장이 혈압이나 뇌출혈 같은 걸로 쓰러진 줄 알았다. 살인 사건이 났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B 씨가 생활고를 겪은 정황이 일부 전해지기도 했다. B 씨의 가게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를 현재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B 씨 앞으로 온 것으로 보이는 카드 대금 납부와 대출금 납입 안내가 여러 차례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A 씨는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살해 이유나 경위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채무 관계로 범행했다는 것은 A 씨의 일방적 주장"이라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