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차도 있는데 채무?"…충정로 인쇄소 살인 사건에 주민들 '의아'
주민들 "어머니와 함께 성실히 운영…생활고 겪은 듯 보이지 않아"
30대 피의자 "채무 문제로 범행" 진술…경찰 "일방 주장, 사실관계 확인"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채무 때문이라니…재작년에 장가도 갔고, 엄마랑 성실히 살던 아들이었는데…."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대학 캠퍼스 정문에서 불과 100m 거리에 위치한 한 인쇄소. 이곳은 대학 캠퍼스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었다. 옆에는 중·고등학교까지 있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인쇄소 옆 전봇대에는 폐쇄회로(CC)TV 3대가 설치돼 있었다.
평소 학생과 주민이 오가는 조용한 골목이지만 지난 22일 밤 이곳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30대 남성 A 씨가 인쇄소 사장인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B 씨는 결국 숨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B 씨와 채권·채무 문제로 다투다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 "채무가 있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건 이전까지도 인쇄소가 평소처럼 영업 중이었고, B 씨가 동네에서 성실한 사람으로 알려져서다.
주민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B 씨는 어머니와 함께 인쇄소를 운영해 왔다. 30여 년 동안 B 씨의 어머니가 인쇄소를 운영했고 B 씨는 10여 년 전부터 어머니를 도와 본격적으로 일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40년 넘게 이 동네에 살았다는 김 모 씨(64) B 씨가 어릴 때부터 인근에 살았다며 그를 '착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김 씨는 B 씨에게 채무가 있었다는 말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돈이 없는 집이 아니다. B 씨 어머니가 예전에 판교에 분양받은 집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최근에는 자가용도 샀다. 빚이 있었다면 집을 담보로라도 해결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30년 넘게 이 동네에 거주해 왔다는 유 모 씨는 사건 당일 오후 광화문 방향으로 산책하러 나갔을 때만 해도 인쇄소가 평소처럼 영업 중이었다고 전했다. 유 씨는 "당일에도 멀쩡히 영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니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고 말했다.
유 씨는 "대학에서도 제본을 많이 맡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달리 어려운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사장이 혈압이나 뇌출혈 같은 걸로 쓰러진 줄 알았다. 살인 사건이 났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B 씨가 생활고를 겪은 정황이 일부 전해지기도 했다. B 씨의 가게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를 현재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B 씨 앞으로 온 것으로 보이는 카드 대금 납부와 대출금 납입 안내가 여러 차례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A 씨는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살해 이유나 경위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채무 관계로 범행했다는 것은 A 씨의 일방적 주장"이라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e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