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생포된 늑구가 남긴 것…'사살 대신 보호' 바뀐 시선
과거 아리·뽀롱이·사순이 사살…'위험그룹' 늑구는 생포
드론·늑구맵 등 시민 집단 추적…동물원 26% '개선 필요'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지난 열흘간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새끼 늑대 '늑구'가 생포됐다. 과거 맹수 탈출 때와 달리 이번에는 사살이 아닌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드러났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늑구는 전날(17일) 오전 0시 44분쯤 대전 중구 안영동 안영IC 인근 수로에서 마취총에 맞아 붙잡혔다. 늑구는 현재 오월드로 옮겨져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이번 포획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수색 당국이 '사살'이 아닌 '생포'를 전제로 대응에 나섰다는 점이다.
환경부 지침상 늑대는 인명 피해 가능성이 있는 '위험 그룹'으로 분류돼 있어 사살 대상에 해당한다. 실제로 2009년 국립수목원에서 탈출한 암컷 늑대 '아리', 2018년 오월드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 2023년 경북 고령 사설 농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 등은 시민 안전을 이유로 사살됐다.
이번에는 과거 사례와 달리 늑구의 성장 과정과 습성 등을 고려하고 드론과 열화상 장비를 동원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등 비교적 온건한 대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는 시민들의 반응에서도 드러났다. 늑구 탈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늑구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하며 생포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랐다.
늑구의 이동 경로와 수색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어디가니 늑구맵'이 등장하는가 하면 시민들이 직접 늑구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20대 남성들이 늑구를 발견해 신고하는 과정이 담긴 영상은 조회수 160만 회를 넘기며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번 탈출 사건을 계기로 동물원 사육 환경과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도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물을 전시 목적으로 사육하는 현재의 동물원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늑구의 탈출 사건은 동물원이 얼마나 해로운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제 늑구 보러 오월드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지. 인간이 만든 악의 고리가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실제 동물원 시설과 복지 수준은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제2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에 따르면 사자·호랑이 등 육식 동물과 코끼리·코뿔소 등 대형 초식 동물이 사육되는 시설 174곳(24개 동물원) 가운데 26%(46곳)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신속한 개선이 필요한 상태였다.
동물복지 수준 역시 행동 풍부화, 사육 면적 등 26개 항목을 기준으로 동물원 116곳을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을 받은 동물원은 4곳에 그쳤고, 50점 미만도 50곳에 달했다.
늑구 구조 현장에 있었던 김정호 청주동물원 팀장은 "시민들이 생포를 원했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마취총을 활용한 구조가 가능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늑구에 대한 관심이 단순 관람을 넘어 동물들의 생활 환경과 복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원이 당장 사라질 수 없는 현실에서 중요한 건 동물 복지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며 "이제는 동물원이 보호소나 치료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버랜드 동물원 선임수의사 출신인 오석헌 수의사는 "과거에는 동물원이 희귀 동물을 관람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사육 환경과 복지 수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동물원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했다.
오 수의사는 "이번 탈출 사건 역시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할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동물원의 역할이 단순 전시를 넘어 동물의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고, 이에 맞는 제도와 관리 기준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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