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포장지 '뽁뽁이'도 대란…원자재값 급등에 생산 중단까지
종이 완충재 주문 늘었지만…전면 대체는 '미지수'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중동전쟁 여파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자재 수급이 흔들리면서 이른바 '뽁뽁이'로 불리는 비닐 완충재 공급 차질도 현실화하고 있다. 종이 포장재가 이를 대체할 거라는 기대감 속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포장용 에어캡(비닐 완충재) 제조업체들은 최근 원재료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으로 가격 인상과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한 에어캡 판매 업체는 "합성수지 원료 가격이 3월 약 15% 인상된 데 이어 4월에는 추가 30% 인상이 예정돼 있다"며 "중동에서 기초 원료가 들어오지 않아 원료 품귀 상황까지 맞아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렸다"고 밝혔다.
에어캡 공장 측은 "인상된 가격으로 입고된 원자재 재고마저 모두 소진돼 2일부터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게 됐다"고 했다.
이처럼 비닐 포장재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종이 완충재 등 대체 소재로 눈을 돌리는 업체 움직임이 감지된다.
종이 완충재를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겉 포장지 중심으로 발주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종이 단가는 그대로인 데다가 비닐 수급 불안이 맞물리면서 그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지업계 태림페이퍼 관계자도 "종이 포장재로 사용되는 크라프트지 구매 문의가 평소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종이 포장재 제작 요청이 늘어날 경우 생산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협력업체와 함께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 종이 완충재 및 포장지를 판매하는 업계의 전반적인 확대로는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종이 완충재 및 포장지를 판매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눈에 띄게 수요가 증가하지 않았다"며 "종이 완충재는 고가 제품이나 친환경 소비층 중심으로 사용돼 왔다. 비닐 대비 가격이 높아 단기간에 대체재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금영제지 측 역시 "비닐 대란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수요 증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닐과 가격 차이가 크게 나서 업체들이 쉽게 종이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공급 불안을 계기로 비닐 사용을 줄이고 종이 등 대체재로 전환하는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며 "비닐 수요 자체를 줄이면 환경 문제와 석유 소비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비닐에 대한 규제 강화나 종이 산업 지원을 통해 자연스러운 소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종이 완충재는 일부 대체는 가능하지만 플라스틱 포장재를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플라스틱은 제품의 부패와 변질을 막는 기능이 있어 유통 구조상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이 원료가 되는 목재 역시 무한정 공급되는 게 아니며 환경 부담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단순 대체는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플라스틱 중심 포장 구조의 한계로 보면서 종이 대체재의 장기적 전환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식품 포장이나 컵류 등 일부 분야에서 종이 소재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며 "종이 포장재는 아직 초기 단계라 플라스틱을 단기간에 전면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기술 개발이 진행되면서 점차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등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대체 가능성이 있는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플라스틱은 석유 의존도가 높지만, 종이는 재활용 비중이 높고 국내에서도 약 80% 수준을 폐지 등으로 조달할 수 있어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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