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용기 동날라"…남은 음식 싸가면 500원 받는 식당들

비닐·플라스틱 용기 "공급 단가 올린다" 공문 이어져
선금 지급해도 포장재 납품 시기 미정

사진은 24일 서울 시내 한 비닐 전문판매장에 진열된 비닐 제품의 모습. 2026.3.24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서울 영등포구에서 인쇄소 '동서문화'를 운영하는 김민주 씨(34·남)는 최근 지퍼백 제조공장으로부터 '4월 1일부터 공급 단가를 올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플라스틱·비닐 제품 소재인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가격이 1월 대비 약 44% 올랐다는 설명이 공문에 적혀있었다.

제조공장에서 산 지퍼백 등에 로고·업체명을 인쇄해 납품해야 하는 김 씨는 "부자재들이 10~20%씩 오른다는 공문이 오고 있다"며 "결국 제조 업체들은 바로바로 가격 반영을 못하고 중간에서 자체 마진을 줄이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중동전쟁의 여파로 석유화학 원자재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포장재를 납품해야 하는 자영업자부터 매일 포장재를 배달 등에 사용하는 자영업자들까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이란 사태 이전인 지난달 말 톤당 640달러 수준이었지만 전날(1일) 1241달러를 기록하며 2배 가까이 올랐다. 나프타를 다시 열분해해 만드는 에틸렌도 지난달 말 톤당 680달러에서 전달 1430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원유·나프타 수급 불안은 일상에서 쓰는 비닐·플라스틱 용기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1주일새 포장 비닐은 1000장당 6만원이던 게 11만 7000원으로 2배 올랐다. 용기 300개 한 묶음도 3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올랐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설명이다.

배달·포장으로 매출을 올리는 소상공인들일수록 당장 비닐과 용기 재고가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 3월 말 급하게 재고를 사재기했다는 소상공인들이 많았다.

경기 김포시 운양동에서 김치찌갯집을 운영하는 김민규 씨(48·남)는 포장·배달 용기 가격 인상 통보를 받고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긴 했지만, 소진 후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용기 업체에서 4월 가격 인상을 예고해 3월 말에 창고에 둘 수 있는 만큼 재고를 확보했으나 소진 후에는 어쩔 수가 없다"며 "사실 불경기와 맞물려 진 빠지는 상황이라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봉투 판매 사이트들 갈무리

배달 봉투 등 일부 품목의 경우엔 품절 상황이다.

부산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심 모 씨(60·남)는 "같은 브랜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점주들이랑 다 같이 배달 비닐 봉투를 공동 구매했었는데, 최근 '재료가 없어서 당분간 발주가 안 될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지금은 재고가 있지만 수급 불안정 상황이 장기화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정 모 씨(30·남)는 "식품을 넣을 비닐(파우치)의 원재료 확보 때문에 선금을 미리 지급해 두긴 했지만 아직 납품이 언제 이뤄질진 미정"이라며 "업체에선 원재료를 공수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며 납기일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용깃값을 500원 별도로 받는 소상공인들도 있다.

한식집 사장인 김 모 씨(48·여)는 "홀에서 먹고 나서 남은 음식을 싸달라는 손님들이 있는데, 요즘은 포장할 때 쓰는 용기·비닐 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용깃값을 500원 별도로 받기로 했다"며 "동네 상권이라 괜히 박하다고 소문날까봐 걱정을 했는데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소상공인 업계는 나프타 가격 상승과 연동되는 소상공인 포장재 부담 경감 지원금을 신설하고, 영세 소상공인 대상 경영안전 바우처에 포장재 품목도 추가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다각도로 공급망을 넓히는 게 가장 중요하되, 실질적으로 오른 비용에 대해선 경영안전 바우처에 포장재 품목을 추가하는 등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며 "경영안전 바우처가 현재 25만원인데, 취약 소상공인들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에 경영안전 바우처 예산도 포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