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파면 1년]"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진행형…존중이 필요한 시대"
성낙인·이헌환·박태균·임운택·설동훈 교수 제언
"헌정 파괴 불가능 교훈…구조적 견제 장치 필요"
- 이세현 기자, 유채연 기자,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유채연 한수현 기자 =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자 온 나라의 광장에 함성이 가득 찼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헌재의 탄핵 결정에 동의하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았다는 기쁨을 만끽했지만, 광장의 한편에는 실망감에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공존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렇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단 넉 달 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곧바로 이어진 수사와 기소, 재판 절차를 숨 가쁘게 밟는 사이 대한민국은 어느새 탄핵심판 선고 1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과연 발전했을까.
아쉽게도 사회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방 소통’을 넘어 국민과 사회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낼 정당 개혁과, 서로 존중하며 건강한 토론으로 갈등을 풀어내는 시민 역량이 함께 뒷받침돼야 민주주의가 한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 공지와 함께 세간에는 갖가지 '시나리오'가 떠돌기 시작했다.
'재판관 의견이 5대 3으로 갈려, 서로를 설득 중', '1명이 강하게 탄핵을 반대 중',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8명 전원이 의견을 모을 것'….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돌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 파면 외에 다른 결론을 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법조계와 학계의 중론이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일련의 집행 과정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던 명백한 사실이고, 그에 적용되는 헌법 규정의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명백히 헌법 규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의 만장일치 결정은 우리 사회 통합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만장일치로 결정했음에도 아직도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일부 사회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만약 헌재가 소수의견으로 탄핵을 기각하거나 각하했다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매우 잘못된 위헌적인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관련 헌법이 요구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헌재의 8대 0 '만장일치' 결정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판단임과 동시에, 갈라진 사회를 봉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던 셈이란 평가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은 위헌을 국민 스스로 바로잡은 자정(自淨)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을 받는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주의가 완전무결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탄핵이라는 절차를 만들어 놓은 것인데, 선진국 중에서는 그 절차를 실행에 옮긴 거의 유일한 사례"라며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시는 비상계엄 등과 같은 국가긴급권을 통한 헌정 파괴가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줬다"고 평가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1세기에 한 국가에서 두 번에 걸쳐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태"라며 "탄핵당한 대통령은 헌법적 절차에 의해 선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시대에 맞는 헌법, 법률, 제도적인 개정과 정당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20세기 100년을 거치며 군부 세력, 재벌 세력, 검찰 세력 등 조직화한 부분적 사회세력이 국가권력을 찬탈했다고 짚었다.
이 명예교수는 "결론적으로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우리나라는 공동체 전체 국민이 아니라 시대마다 등장한 군부, 재벌, 검찰 등 조직화한 부분적인 사회 세력들이 헌법상의 국민주권 원리를 등에 업고 국가영역을 장악해 온 역사였다"며 "12·3 내란 사태를 극복하면서 이제 진정한 국민주권 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탄핵 국면이 마무리됐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계속되는 진영 논리와 세대 갈등으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것도 공통된 견해다.
교수들은 "이제 정치인의 선의에 기댈 때는 지났다"며 갈등의 씨앗이 되는 '불통'을 견제할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정립되기 시작했지만, 한국 사회와 시대에 맞는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정치적 이슈에 따라 그때그때 진보와 보수의 이슈가 제기되었을 뿐 비전과 철학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은 여론조사기관이 될 것이 아니라, 국민과 사회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건전하고 합리적인 정치인을 키워내야 한다"며 정당 개혁을 강조했다.
성 명예교수는 "탄핵 이후 이제 대통령과 압도적인 국회 다수파가 일치됐다. 다수파의 일방 독주는 건전한 자유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내일의 소수가 될 오늘의 다수 횡포는 또 다른 보복과 폐해의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 때나 지금 이재명 정부 다 국정운영에 있어서 견제와 균형이 상실되어 있어 우려스럽다"며 "국회 다수파의 일방 독주 폐해를 시정하는 길은 국회의 '양원제' 도입"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전 세계적 모델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었으므로 철학과 비전을 찾고 상호 존중의 정신을 가지는 등 시민사회의 전체 역량도 키워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설 교수는 "'외로운 개인'이 만들어지는 시대가 왔고, 일종의 선동자들이 만들어내는 허위 정보와 선동에 휘둘리는 고립된 개인들이 많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전 세계 민주주의가 봉착하고 있는 위기 징후"라고 말했다.
이어 "균형 잡힌 판단을 하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토의하고, 저 사람들의 주장이 맞는가에 대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극단적인 주장을 늘어놓는 매체를 끄고, 주류 미디어를 보고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제는 갈등이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라며 "우리 사회에서는 비본질적인 데에 사람들이 에너지를 다 쏟고, 정작 우리 삶을 개선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토론이 열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정치의 사법화를 지양하고, 시민 사회가 좀 더 역동적인 방식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위대한 정치인을 하나 뽑아 사회를 바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는 결국 우리가 공동이 주인이 돼야 하니 그런 역량과 준비를 갖추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집단이나 소수의 구성원이 아니라 전체 국민이 K-민주주의와 K-법치주의의 기본정신을 인지하고 이를 삶의 기준으로 생활화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동방 법치지국으로, 그리고 입헌 민주적 규범 국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한국법학교수회 전 회장 현 고문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경찰위원회 위원장 △제26대 서울대 총장 △세계헌법학회 한국학회 회장, 현 고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 △현 서울대 명예교수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헌법재판연구원 원장 △대법원 상고제도개선특위 위원장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한국공법학회 회장 △법과사회이론학회 회장 △대법원법관인사위원회 위원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 국제한국학센터 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원장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 초빙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서울대 제도혁신위원회 부위원장 △서울대 제도혁신위원회 위원장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비판사회학회 회장 △제67대 한국사회학회 회장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대통령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한국조사연구학회 제15대 회장 △한국사회학회 제65대 회장 △국무총리실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위원 △OECD SOPEMI (Système d’observation permanente des migrations) 한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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