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 "촉법소년 연령 하향 신중해야…보호받을 인격체"
인권위, 연령 하향 재차 반대…"아동 성장 기회 박탈"
"공론화 과정, 엄벌 아닌 소년사범 환경 개선으로 나아가야"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정부가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정책 도입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31일 성명을 내고 "인권위는 그동안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위원장은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과 관련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되는 소년범죄의 증가나 저연령화, 흉포화 등의 주장이 실제 사실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안 위원장은 "지난 10여년간 성인 범죄 대비 지속·폭발적인 증가나, 소년범죄 전반의 구조적인 급증을 일반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며 "범죄의 '저연령화'나 '흉포화' 주장 역시 통계와 상충하는 지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13세 저연령 소년범죄는 장기적으로 볼 때 감소 또는 정체 추세를 보여 왔고, 소년범죄에서 가장 큰 비중은 여전히 경미한 유형으로 나타난다"며 "따라서 일부 지표만을 선택적으로 인용하여 '소년범죄 급증·저연령화·흉포화'로 일반화하는 것은 현실을 과장 해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안 위원장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소년범죄 예방·감소 효과가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안 위원장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으로 인한 소년범죄 예방이나 감소 효과 역시, 국내외 연구를 종합할 때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형사미성년자를 조기에 형사사법 체계에 편입시키는 것은 낙인과 사회적 배제, 보호·교육의 기회 상실을 통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재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다수 연구에서 지적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촉법소년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10세 이상은 보호관찰, 시설 감호위탁, 단기 소년원 송치 등 자유와 행동이 엄격히 제한되는 소년보호처분이 적용될 수 있고, 12세 이상은 최대 2년까지 장기 소년원 송치도 가능하여 실질적인 형벌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소년범죄의 배경이 되는 빈곤, 불평등, 가정의 위기, 방임과 학대 등에 대한 질문을 뒤로 밀어내고 있단 비판도 제기됐다.
안 위원장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연령 하향에 과도하게 집중하기보다, 아동이 지닌 발달 단계와 취약성을 고려한 사회적 투자의 강화, 소년사법 관련 통계 구축, 회복과 교육, 재사회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예방·회복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인권기준 역시 소년범죄 대응에 있어 처벌 강화와 연령 하향이 아니라, 아동의 권리 보장과 회복·재사회화 중심의 소년사법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인권위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의견을 여러 차례 표명했단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아동에게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지는 않은지 숙고해야 하며, 아동은 단지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받고 성장할 권리를 가진 인격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관련 공론화 과정이 소년범죄를 엄벌해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교육·돌봄·복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연령 하향이 아닌 소년사법을 둘러싼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의견표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언급한 이후, 정부가 기준을 조정하는 논의를 본격화함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2018년과 2022년에도 촉법소년 적용 연령을 하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달 26일 제5차 상임위원회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반대 의견에 상임위원들의 중지를 모으고, 이같은 의견을 담은 성명을 재차 내기로 결정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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