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안 난다"…약물운전 면허 취소만 5년 새 3배↑
[약물운전 처벌강화] ①내달 2일부터 측정 거부 처벌
'상태 평가', 간이시약 등 시행…명확한 처벌 기준 없어
- 이세현 기자, 신윤하 기자, 강서연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신윤하 강서연 기자
"기억이 안 난다" "왜 운전했는지 모르겠다"
압구정에서 약에 취해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남'과 인천에서 마약을 투약한 뒤 운전하다 신호 대기 중인 차량 5대를 들이받은 20대 남성이 공통으로 내놓은 말이다.
유사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포르쉐를 몰던 30대 여성은 서울 반포대로를 달리다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하는 사고를 냈다. 차 안에선 주사기와 프로포폴 주사제, 진정·마취용 약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에서도 차선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채 서행과 정지를 반복하던 벤틀리 차량 운전자에게서 약물 키트가 발견되는 등 약물에 취한 상태로 의심되는 '이상 운전' 사례가 이어지는 등 도로 위가 통제되지 않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약물 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는 2021년 83건에서 2022년 80건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23년 128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후 2024년 163건, 지난해에는 237건으로 집계됐다. 5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약물 운전은 음주 운전과 달리 별도의 검거 통계가 없어 실제 적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사례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분류되면서 약물 운전으로 집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은 텔레그램, 유튜브 등 SNS·인터넷을 통해 마약류 유통이 확산하고, 의료용 진정·마취제 접근성이 높아진 점을 약물 운전 증가의 원인으로 진단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간 온라인·의료용·유흥가·외국인 커뮤니티 등 주요 마약 유통 시장을 집중 단속해 마약류 사범 664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244명을 구속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검거된 5726명보다 922명 늘어난 규모다. 구속 인원도 1042명에서 1244명으로 늘었다.
단속이 강화되고 검거 인원이 증가하는 흐름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약물 운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고로 이어지지 않거나 현장에서 적발되지 않은 경우는 통계에 잡히지 않아 체감 위험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좀 더 강력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오는 4월 2일부터 약물로 정상 운행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약물 운전 처벌 수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또 이전까지는 경찰이 약물 측정을 임의로 시행하거나 영장 발부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개정안에 따라 단속 경찰관이 약물 측정을 요구할 경우 운전자는 측정 요구에 따라야 한다. 불응할 경우 처벌된다.
운전자가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한 것으로 의심되는 교통사고 현장이 포착되면 우선 경찰이 출동해 운전자를 대상으로 회전 및 한 발 서기, 직선 보행 등 '상태 평가'를 실시한다.
운전자가 약물 운전을 한 것으로 의심되면 타액(침)을 채취해 간이시약 검사를 시행한다. 간이시약 검사는 10분 내외로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약물 490종을 모두 검사할 순 없고 필로폰, 코카인 등 대표 약물 10종 정도만 확인된다.
간이시약 검사로 약물이 측정되지 않아도 약물 운전이 의심된다면 경찰은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혈액, 소변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검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한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2년간 면허취득이 제한된다. 약물 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된 날로부터 5년간 면허를 받을 수 없다.
경찰 안팎에선 개정안이 시행된다더라도 당장 현장에 혼란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없던 약물 운전죄가 생긴 것이 아니고, 약물 운전을 측정할 수 있는 절차 규정이 추가로 생겼다고 보면 된다"며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를 좀 더 객관적으로 입증하고자 보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처벌 기준이 명확치 않아 운전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공존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당한 목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했더라도, 그로 인해 운전 능력이 저하됐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핵심은 약물의 종류가 아니라 운전 능력에 미친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물 운전은 혈중농도 등 음주운전과 같이 명확한 기준이 없어, 법적 다툼 시 대응이 쉽지 않다"며 "복용 이후에는 운전을 자제하는 등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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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압구정 롤스로이스'·'반포대교 추락 포르쉐' 사고 등 약물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며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오는 4월 2일부터 처벌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약물의 종류와 복용 상황이 다양한 만큼 현장 혼란과 기준의 모호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뉴스1은 증가하는 약물 운전 실태를 살펴보고 일상 복용 약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등 제도 변화의 핵심 쟁점을 소개한다. 아울러 전문가 진단을 바탕으로 개정안의 실효성과 보완 과제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