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민생소비쿠폰 외국인 지급대상 범위 확대해야"

'일부 외국인에게만 소비쿠폰 지급은 차별' 진정은 기각

30일 서울 용산구 상점에 민생회복지원금 사용처 안내문이 걸려 있다. 2025.11.30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경제 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금 사업을 추진할 때 지급 대상 외국인 범위의 기준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1월 16일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러한 취지의 의견을 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일부 외국인들에게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로, 이로 인해 국내 체류 중인 고려인 동포 등 외국 국적을 소지한 이주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진정을 접수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가입자, 피부양자, 의료급여 수급자인 경우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결혼이민자·영주권자·난민인정자 가구는 지급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다른 체류자격 외국인은 '내국인이 1인 이상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가구'에 한해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행정안전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이 정부 재정을 투입해 긴급히 시행되는 시혜적 지원 사업으로 한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추진되는 만큼 외국인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책의 취지와 재정 부담, 집행 가능성, 기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용 범위를 설정한 것으로 정책 결정에 있어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라고 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대상 외국인을 정할 때 본래 기준 이외 다른 체류자격 외국인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 재량의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진정은 기각했다.

다만 "향후 유사한 정책 수립·집행 과정에서는 영주권자·결혼이민자·난민인정자 외의 다른 체류자격 외국인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장기간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세금과 사회보험료 납부, 지역 내 소비를 통해 우리 사회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부양을 위한 지원 정책에서 이주민을 과도하게 배제할 경우 사회적 형평성과 공동체 연대를 훼손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특히 고려인 등 외국국적동포는 역사적·사회적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국적 취득의 어려움으로 제도적으로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있다"며 "저임금 및 고용 불안정 문제, 주거·사회보장의 취약성 등 현실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한 정책적 배제는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번 의견 표명이 향후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 지원 정책이 국민과 외국인 이주민을 아우르며 보다 포괄적이고 형평성 있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