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150만원 더 나가"…유가 급등에 화물기사·화훼농가 '직격탄'
화물기사들 "겁나서 장거리 못 간다"…배달기사도 '울상'
'난방비·운송비 걱정' 화훼 농가 "더 오르면 주문 안 받아야"
- 신윤하 기자, 권진영 기자, 강서연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권진영 강서연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1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화물차 기사나 농민 등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서민들의 생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화물 기사들은 한 달 기름값만 120만~150만원을 더 부담하게 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화훼 농가에선 난방비와 운송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됐다.
9일 오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1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해 115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급등하는 기름값을 그대로 떠안게 된 화물차 기사들은 한 달 기름값만 120만~150만원 더 지출하게 됐다. 경윳값은 최근 1리터당 1500원대에서 1900원대까지 올랐다.
통상적으로 화물차 기사들은 월 소득 중 3분의 1을 기름값에 지출하고, 3분의 1은 차량 수리·유지비에 사용한다. 남은 3분의 1이 순수익인데, 오른 기름값으로 인해 이마저도 지키기 힘들어졌다. 기름값이 올라도 기사들의 운임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박재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정책선전국장은 "한 달에 1500만 원 정도의 운임을 받는 화물 노동자의 경우엔 실제 순수익은 500만 원 정도였을 텐데, 기름값이 오르면서 순수익이 350만 원대로 줄어드는 셈"이라며 "유가가 올라도 운임엔 반영이 안 되기 때문에 화물 노동자들은 유가 폭등에 아무런 안전망 없이 있는 그대로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날 취재진이 서울 강서구 한 주유소에서 만난 화물 기사들은 기름값이 무서워 장거리 운송은 꺼리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화물차 기사인 송주한 씨(남)는 "3.5톤 화물차 기준으로 경유 1리터당 7㎞를 운전할 수 있는데 원래 리터당 1600원이던 경유가 지금 1900원이다 보니까 100~200㎞씩 달리다 보면 기름값 차이가 엄청나게 난다"며 "장거리는 기름값 부담이 많이 돼서 동료들도 장거리는 안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20년 차 화물기사 김명호 씨(57·남)는 8만원 치의 기름만 주유하곤 "기름값이 너무 비싸니까 눈으로 봐서 적당한 선까지만 주유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기름값이 겁나서 화물 운반도 멀리는 못 간다. 어차피 운반비도 안 나오는 수준"이라며 "20년 동안 화물차 운전하면서 이렇게까지 기름값이 오른 건 처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다만 운송사 눈치를 봐야 하는 화물차 기사들이 일감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지금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장거리 업무에 나서는 기사들도 많다. 박 국장은 "운송 현장에서 임의로 일을 거부하면 이후 배차 불이익이 예상되고, 유가 등락에 따라서 일감을 마음대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계속 해서 일을 해야 한다"며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다수의 화물 노동자들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받아야 생계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했다.
배달 플랫폼 등에서 일하는 배달 기사도 기름값 급등 소식에 울상을 지었다. 배달 기사로 일하고 있는 문성환 씨(47·남)는 "지금 제가 2만 1000원어치 기름을 넣은 건데, 7건의 배달을 해야 이 금액이 상쇄된다"며 "원래는 1만 7000원 정도면 이 정도 기름은 넣는다"고 말했다.
온실 난방을 유지해야 하는 화훼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아직 쌀쌀한 날씨 때문에 온실에 난방을 해야 하는데 유가가 오르니 연료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화훼농가에서 꽃을 운반하기 위한 배송비도 걱정이다.
양재 화훼단지에서 농원을 운영하는 김 모 씨(69·여)는 "장사도 안 되는 판에 꽃을 사 오긴 해야 하는데 물류, 택배비가 오를 게 걱정"이라며 "평소엔 난방비로 80만 원 정도를 냈는데 당연히 난방비도 올라갈 것 같아서 걱정이다. 기름값이 높아지면 난방비가 100만 원을 넘기도 했다"고 말했다.
12년간 화훼 농원을 운영해 온 또 다른 업주도 "기름값이 더 오르면 주문을 안 받거나, 배송은 안 하려고 한다"며 "이 상태로면 조만간 배송비도 오를 것 같은데 도무지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배송은 못 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꽃 농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사장도 "기름으로 난방을 돌리다 보니까 꽃을 피우는 것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화훼 농가는 두 달 후 스승의날, 어버이날 등 대목이 있는 5월까지 유가 급등 사태가 안정화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양재 화훼단지에서 농원을 운영하는 A 씨는 "전쟁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는 것이다 보니 전쟁이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다 같이 꽃 가격이 오를 텐데, (유가 급등이 계속되면) 카네이션 같은 수입 꽃들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 판매가격은 1리터당 1916.26원, 휘발유 판매 가격은 1886.58원을 기록했다. 실내등유 판매가격은 평균 1534.25원을 기록했다.
sinjenny9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