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포르쉐·'비틀비틀' 벤틀리…'약물운전' 면허 취소 45% 늘었다
다음달 2일부터 5년 이하 징역·2000만원 벌금
전문가들 "처방약 영향 안내 등 의료계 역할 중요"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다음 달부터 약물 운전 처벌이 강화되는 가운데 약물 투약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아직 낮다며 제도 보완과 의료진의 충분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4월 2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약물 운전 처벌 수위를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약물 운전 측정에 불응할 경우 약물 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약물 운전은 마약류뿐 아니라 향정신성 의약품 등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에는 마약 투약 상태 운전과 처방약 복용 이후 운전 등 다양한 유형의 약물 운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5일에는 약물을 투약한 상태에서 포르쉐를 몰던 30대 여성이 반포대교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하는 사고를 냈다. 차량 내부에서는 프로포폴 주사제와 진정 마취용 약물, 일회용 주사기 등이 발견됐다. 같은 달 28일 서울 용산에서는 차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벤틀리를 몰던 30대 남성이 약물 검사를 거부해 긴급체포됐으며, 차량에서는 액상 담배 형태의 불상의 약물 키트가 발견됐다.
지난 1월에는 경기 용인 세종포천고속도로에서 대마를 흡입한 상태로 약 10㎞ 구간을 역주행하며 차를 들이받은 20대 운전자가 검거되기도 했다.
처방약 복용 이후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지난 1월 서울 광진구에서는 처방받은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상태로 운전하던 30대 여성이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약물운전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같은 달 서울 강남에서도 정신과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 운전자가 4중 추돌 사고를 내 4명이 다쳤다. 해당 운전자는 불면증 치료 등에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검거된 의료용 마약류 사범은 651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했다.
마약·약물 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관련 면허 취소 사례는 237건으로 전년(163건)보다 45% 늘었다.
전문가들은 약물 운전의 경우 음주운전처럼 명확한 기준이 없어 판단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진이 환자에게 약물이 운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충분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약물은 종류와 영향이 매우 다양해 단속 기준을 세우기 쉽지 않다"며 "의사와 약사가 해당 약물이 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환자에게 충분히 안내하는 등 의료계의 책임과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 복용 후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경우에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약물이 운전에 미치는 영향과 지속 시간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약류안전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 역시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은 약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주겠다는 메시지의 의미가 크다"며 "다만 처벌 강화만으로 사고를 완전히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약물 운전은 불법 마약뿐 아니라 의료용 마약류나 처방약 복용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이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물이 운전에 미치는 영향이나 지속 시간은 개인마다 달라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만큼 관련 연구와 제도 정비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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