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약과 대신 두쫀쿠…달라진 설 차례상 풍경
"부모님께 맛 보여 드리려고요"…설 선물로 '핫템' 찾아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유행이라는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맛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카페 오픈런에 나선 30대 직장인 윤 모 씨)"할머니께 두쫀쿠 맛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어머니가 미리 대량으로 준비했어요"(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7살 노 모 군)
뉴스1이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카페 '단고당'이 설을 앞두고 선보인 5만 9000원짜리 선물 세트는 일찌감치 동났다. 설날 선물 세트에는 기본 피스타치오를 포함해 △흑임자 △인절미 △헤이즐넛 △말차 △딸기 △피넛 등 7가지 맛의 두쫀쿠가 담겼다.
카페 대표 A 씨는 "요즘 디저트는 젊은층뿐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점점 친숙해지고 있다"며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에 두쫀쿠 같은 디저트 선물은 세대를 아우르는 매개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의 한 과자점도 두쫀쿠 설날 세트를 내놓으며 "설 연휴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며 "요즘 두쫀쿠가 유행인지라 자연스럽게 명절 선물로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한과·약과나 과일 상자가 주를 이루던 과거 명절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유행하는 음식을 맛보게 하고 싶다는 마음과 트렌디한 디저트를 접하기 어려운 부모 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먹을 것이 귀해 한과가 특별한 음식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선택지가 워낙 다양해지면서 부모 세대 역시 새로운 음식이나 유행하는 맛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며 "명절에 유행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은 자녀 입장에서 색다른 방식의 효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쫀쿠가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자 식품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이에 시장이 단기간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희소성이 사라졌고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유명 개인 카페에서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구매 열기가 뜨겁다.
택배 예약만 받던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카페는 지난 14일 오전 10시 매장을 깜짝 오픈하며 현장 판매에 나섰다. 선착순 250명에게 배부된 대기표는 20분 만에 마감됐고, 총 2000개의 두쫀쿠가 순식간에 판매됐다.
온라인에서는 이번 차례상에 두쫀쿠를 올려보겠다는 글도 게재됐다. 만드는 데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통 차례 음식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명절 음식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두쫀쿠의 동그란 모양이 경단이나 떡을 떠올리게 해 전통 음식과의 거리감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전문가는 차례 음식이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다며 형식보다 의미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서흥석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예학센터장은 "종가나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곳에서는 차례의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어떤 음식을 올리느냐보다 차례를 지내는 정신이 더 중요하다"며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유행하는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는 것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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