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김경 동시 구속영장 신청한 경찰…'늑장수사' 비판 의식했나
'쪼개기 후원' 등 새 의혹들 등판…증거인멸 가능성 최소화
수사 초기 '봐주기 수사' 논란 이어져…결국 동시 구속영장 신청
- 신윤하 기자,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권준언 기자 = 경찰이 1억 원 공천헌금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강선우 무소속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 대해 동시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초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 전 시의원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후원금 쪼개기 의혹 등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증거인멸을 막아야 추후 수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단 계산이다. 여기에 정치권 공천 헌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에 대한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 비판도 구속영장 신청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도 제기됐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5일 오전 9시쯤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배임수재(강선우)·증재(김경)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초 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지만 김 전 시의원은 구속영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불구속 기소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김 전 시의원의 경우엔 수사 과정에서 1억 원 공여 혐의를 인정하고, 강 의원의 진술을 반박할 만한 대화 내역 등을 적극 제공했기 때문이다.
김 전 시의원은 도피성 출국 의혹이 일고 난 직후 경찰에 "강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김 전 시의원은 지난달 26일 시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도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혐의를 부정했던 의혹 초기와는 달리 강 의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며 수사에 협조한 것이다.
김 전 시의원은 최근 경찰 조사에선 "순진하게 정치 브로커에게 당한 것"이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면서도 범행이 계획적인 게 아니었음을 강조해 구속을 피하고 처벌 수위를 낮추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은 결국 김 전 시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 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시의원은 수사 초기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하고, 텔레그램 가입·탈퇴를 반복하며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발견됐다.
특히 경찰 수사가 최근 공천헌금 1억 원 수수를 넘어 쪼개기 후원, 강서구청장 공천 비리 의혹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 김 전 시의원에 대한 신병 확보를 통해 증거인멸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쪼개기 후원 의혹은 김 전 시의원이 지방선거 이후인 2022년 10월과 2023년 12월에 총 1억3000여만 원을 강 의원에게 다른 사람 이름으로 후원했단 내용이다. 강 의원은 후원금을 모두 반환하도록 조치했다는 입장으로, 두 사람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김 전 시의원은 강서구청장에 뜻을 품고 더불어민주당의 A 의원과 가까운 양 모 전 서울시의장에게 금품을 건넸단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전 시의원은 '수백만 원을 건넨 사실은 맞지만, 공천 대가는 아니었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확보한 김 전 시의원의 정책지원관 PC에선 김 전 시의원 관련 녹취 120여개가 담겨있고, 최소 10여명의 민주당 의원 이름이 언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공천 로비가 이뤄졌는지, 다른 선거에도 공천 로비가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 추가로 규명돼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 출신 박성배 변호사는 "애초 수사가 개시됐을 때 PC를 초기화한다든가, 해외로 출국한 것을 보면 증거 인멸의 가능성과 도주 우려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특히 김 전 시의원은 공천헌금 1억 원 말고도 강서구청장 공천 헌금 의혹 등을 받고 있는데, 이 사건 증거인멸이 다른 사건들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천 헌금 1억원 수사 초기 김 전 시의원이 출국하고 증거인멸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란 비판이 제기되자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거란 분석도 제기됐다.
경찰 입장에선 구속영장 신청을 통해 추가적인 증거인멸 가능성을 줄이고, 할 수 있는 걸 다했다는 모습을 보이는 걸 택했다는 것이다.
공천헌금 1억 원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병기 의원의 비리도 수사하고 있는데, 아직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늑장 수사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조사가 늦어진다는 말이 많으니까 구속영장 신청까지 안 하면, 말맞추기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구속영장 신청까지 안 하기엔 경찰로선 부담되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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