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유행 이유는…경기 불황 속 '작은 사치' 찾는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먼 목표' 차·집보다 작은 소비에 집중
'희귀템' 될 수록 구매욕구 자극…'SNS 인증' 하나의 놀이문화로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의 인기가 뜨겁다. 단순히 맛있단 점뿐만 아니라, 경기 불황 속에서 비교적 적은 돈으로 심리적 만족을 얻는 청년들의 '작은 사치' 트렌드가 두쫀쿠의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두쫀쿠 열풍 시작은 연예인 구매 후기와 SNS 인증

17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두쫀쿠의 재료인 피스타치오, 카다이프(중동식 면), 마시멜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개인 자영업자들이 두쫀쿠의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8000원에서 1만 원까지 육박하지만 두쫀쿠를 찾는 이들의 오픈런과 조기 품절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두쫀쿠는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섞은 뒤, 이를 마시멜로 반죽으로 감싼 디저트다. 실제 두바이에서 판매되는 디저트는 아니지만, '두바이 초콜릿'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만들어졌다.

유명 연예인들이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두쫀쿠 열풍이 시작됐다.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이즈나의 방지민, 엔믹스의 설윤 등이 두쫀쿠를 먹고 사진 등을 공유한 바 있다. 이후 두쫀쿠를 파는 가게의 지도와 리뷰, 직접 만들어 먹는 법 등이 SNS를 통해 번지면서 대중적 인기도가 더욱 커졌다.

두쫀쿠를 먹기 위해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끼워파는 다른 음식을 사 먹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헌혈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헌혈자에게 두쫀쿠를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일부 가게에선 다른 메뉴 하나를 시켜야 두쫀쿠를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끼워팔기'도 등장했다.

허니버터칩·탕후루부터 두쫀쿠까지 '반짝 유행'…"나에게 주는 작은 사치"

디저트가 '대란'에 가깝게 유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한국에선 허니버터칩, 대만 카스텔라, 마카롱, 탕후루가 잠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품귀현상을 빚었다.

이 디저트들은 1~2년 만에 인기가 식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맛있어서 인기였다면 일시적 유행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자리 잡는 디저트가 됐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두쫀쿠의 인기도 단순히 맛있어서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을 겪는 청년들이 '나에게 주는 작은 사치'로서 두쫀쿠를 소비한다고 분석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집이나 차처럼 큰 소비 목표보다 당장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작은 경험에 돈을 쓴다는 것이다.

게다가 두쫀쿠의 경우 두바이라는 이국적 지명이 주는 고급 이미지까지 더해져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작은 사치에 잘 들어맞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중동 재벌'이 연상되는 지명에 해외의 식재료를 사용했단 점까지, 다소 값을 지불하더라도 사고 싶은 특별한 디저트로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2008년 이후 저성장을 겪다가 경기 불황에 이른 지금, 차나 집처럼 너무 비싼 건 구매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희소가치가 있으면서도 유행에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사치'를 하는 것"이라며 "두바이라는 지명이 주는 낯설고 고급스러운 인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바이쫀득쿠키를 변형한 두바이떡
품귀현상에 '득템' 욕구 더 커져…SNS 인증이 하나의 놀이문화 되기도

요즘엔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희소성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킨다. 황 교수는 "인기가 많은 '희귀템'이자 리미티드 에디션이 되다 보니 사고 싶은 욕망이 부추겨진다"고 지적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워낙 두쫀쿠가 인기라고 SNS 등 여기저기서 알려지다 보니, 정보 접근성이 높은 소비자들이 두쫀쿠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SNS를 통해 자기 경험을 공유하는 트렌드 속에서 두쫀쿠 '득템' 자체가 하나의 놀이문화가 되기도 했다. 희소한 두쫀쿠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고 대기 줄을 길게 선 뒤 비싼 값을 들여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SNS에 노출하는 것 자체가 재미라는 것이다.

황진주 교수는 "잘파세대(Z·알파세대)는 희귀템을 본인이 경험했다는 것을 SNS를 통해 공유하는데, 이런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두쫀쿠를 집에서 직접 만든 김지영 씨(30·여)는 "단순히 그 간식이 맛있어서라기보단, SNS 등에 '두쫀쿠 만드는 나'를 보여주는 게 재밌기도 했다"며 "SNS에서 '두쫀쿠 사주는 여자친구·남자친구', '두쫀쿠 웨이팅 후기' 등 영상이 엄청 많은데 그런 인증 영상도 꽤 재밌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 사그라들었던 허니버터칩·포켓몬빵 등의 유행처럼, 두쫀쿠의 유행도 오래가긴 힘들 거란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두바이 초콜릿도 잠시 유행했었는데 그게 오래 지속되진 않지 않았냐"며 "두쫀쿠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디저트 시장을 장악하기에는 새로운 음식들이 계속 나올 거고, 그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