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헌금 의혹 늑장 수사 논란…경찰, 진상 파악·신속 수사해야

[박응진의 참견] 탄원서 확보하고도 수사 안 해, 김경 美출국
검찰청 폐지 앞두고 수사 주도권 쥐려면 경찰 칼끝 예리해야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씩 발생하는 사건·사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들 속에서 그 의미를 찾고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참견하겠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병기 의원과 강선우 의원이 대화를 나누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DB)2025.12.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여권의 공천 헌금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공천을 둘러싼 김병기·강선우 의원 간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와 김 의원이 기초의원들로부터 공천 헌금을 받았다 돌려줬다는 내용의 탄원서가 공개되면서다.

그러나 경찰이 공천 헌금 의혹이 담긴 탄원서를 입수하고서도 관련 수사에 나서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되고, 최근 녹취 공개 이후에도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김경 서울시의원의 출국을 막지 못해 봐주기·늑장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에서 서울시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김 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단 의혹에 휩싸였다. 강 의원은 공관위 간사였던 김 의원과 이를 상의한 전화 녹취는 지난해 12월 29일 보도됐다.

이후 김 시의원은 미국에 있는 아들을 만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12월 31일 출국했다. 그 사이 경찰이 김 시의원의 출국을 막기 위한 출국금지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녹취에 따르면 주요 피의자가 될 김 시의원의 말 맞추기 등 증거 인멸 시간을 경찰이 벌어준 셈이다.

김 의원과 그의 아내 이 모 씨가 2020년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총 3000만 원의 공천 헌금을 받았다 돌려줬다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는 서울 동작경찰서가 지난해 11월 9일 김 의원의 차남 숭실대 편입 관여 의혹 사건의 고발인 조사를 하면서 확보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탄원서가 고발 내용의 본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관계 확인만 해왔을 뿐, 정식 수사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공천 헌금이 오고갔다는 식당이 탄원서에 버젓이 적혀있지만, 경찰은 아직 이 식당을 가보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당시 동작경찰서장에게 수사 무마 청탁을 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동작경찰서는 지역구의회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 의원의 아내 이 씨에 대해 지난해 8월 업무상 횡령 등 혐의가 없다고 보고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 처분을 했다.

이처럼 경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선 공천 헌금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엔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도 경찰선에서 별다른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검·경 합동수사본부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수사 주도권을 쥐고 싶다면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는 경찰의 칼끝은 어느 때보다 예리해야 한다. 경찰은 늑장·봐주기 수사 논란의 진상을 파악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천 헌금 의혹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해 성과를 내야 한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