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약물 운전'이 부른 종각역 택시 사고…반복되는 비극 해법은

고령 운전 교통사고 10년 새 2배…"운전자 검증 강화"
종각역 택시 운전자, 모르핀 검출…약물 운전 기준도 부재

2일 오후 6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시민들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6.1.2/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권준언 기자 = 서울 종각역에서 70대 후반의 택시 기사 A 씨가 운전한 차량이 급가속하면서 운전자 제외 14명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에게서 모르핀 성분이 검출됐는데, 경찰은 감기약 등 처방약에서 검출됐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수사를 통해 규명될 일이지만, 고령 운전과 약물 운전 등으로 인한 유사 사고가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 인지능력 검증을 강화하고,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의 설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정 약물을 복용했을 때 일정 시간 운전을 제한하는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9년 만에 2배 이상…택시 운전자 과반 65세 이상

6일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종각역 택시 돌진 사고가 고령의 운전자 나이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 약물 복용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간이 시약 검사 결과 A 씨에게서 모르핀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모르핀의 경우 감기약 등 처방약에서 검출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추가 정밀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각역 택시 사고뿐만 아니라 고령의 운전자가 몬 차에 의한 교통사고와 약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최근 몇 년간 잇따라 일어나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커진 상태다.

실제로 고령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연구원이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가 서울에서 유발한 교통사고는 2015년 4158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9.9%에 불과했지만 2024년엔 7275건으로 전체의 21.7%를 차지했다. 사고 비중이 10년 새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단순 사고가 아니라 도심 속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았다. 2024년 16명이 숨지거나 다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운전자도 사고 당시 69세였고, 22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제일시장 트럭 돌진 사고의 운전자는 67세였다.

일각에선 적어도 개인 택시 및 화물 차량 운수종사자들의 나이는 제한해야 한단 의견이 나오지만, 이는 위헌적 요소가 있어 불가능하다.

게다가 지난해 개인택시 종사자의 55%가 65세 이상에 달할 정도로 고령의 운전자들이 많아, 현실적으로도 나이에 의한 면허 제한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택시 운전의 경우 근로조건이 열악해 젊은층이 유입되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노년층만 유입되는 모습이다.

2일 서울 종로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분쯤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가 앞선 차량을 추돌한 뒤 횡단보도 신호등 기둥과 신호 대기 중이던 행인들을 연이어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운전 검증 강화하고 면허 반납 유도…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 설치 필요

결국 고령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개별 운전자들에 대한 운전 인지능력 검증을 강화하고, 노년층이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하면 주는 혜택을 늘려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고령운전자 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반납률은 지난해 기준 5년째 2%대를 넘지 못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금은 운수업 종사자가 65~69세의 경우 3년마다 자격유지검사를 받는데,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으니 신체 검사 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면허 자진 반납 제도도 운전자에게 반납을 설득하려면 파격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면허반납 보상이 10만 원 정도인데, 보상이 적어서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한 달에 차비로 3만 원씩을 운전자에게 주든지, 택시 이용권 3회씩을 주든지 해서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노년층이 자차 없이도 병원 등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령 운전자의 차량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긴급 제동 제어 장치를 부착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단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노년층의 이동권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감퇴한 운전자의 인지 능력을 보완해 줄 기술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달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액셀을 밟는 경우 등을 방지하는 데에 63%의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현행법상 검증되지 않은 장치는 부착할 수가 없어서, 빨리 법을 개정해서 장치를 검증한 후 부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령층만 기사로 유입되는 택시 시장을 구조적으로 개혁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은 여러 일을 하는 N잡러들이 많은데 택시는 풀타임 기사로 일해야 하다 보니 젊은 층 유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투잡처럼 젊은이들이 택시 기사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자율주행 택시와 로봇 택시를 통해 인력 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미디언 이경규가 24일 오후 11시 45분께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약물 운전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6.24/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먹던 약 먹었는데 졸려서" 약물 운전 기준도 부재…'의사 고지 의무' 강화해야

한편 약물 운전에 대한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각역 택시 추돌 사고 운전자 A 씨의 경우 모르핀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A 씨가 감기약을 복용한 뒤 운전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태다.

마약을 복용한 게 아니더라도, 기존에 먹던 약에 포함된 약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졸아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방송인 이경규 씨는 지난해 6월 공황장애 치료약을 복용한 채로 다른 사람의 차를 타고 운전했다. 해당 약은 나른함, 집중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여성 인터넷방송인 B 씨도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한 대로변에서 전봇대를 들이받아 약물 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B 씨는 "처방받은 수면유도제를 복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교통법 제45조에 따르면 운전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상태에선 자동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 해당 조항에서 말하는 '약물'엔 마약뿐만 아니라 향정신성의약품도 포함된다.

다만 어떤 약물을 어느 정도로 복용하면 운전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부재한다. 치료제를 먹고 운전했다고 해서 모두 처벌 대상이 되는 건 아니란 뜻이다.

약물 운전을 금지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함과 동시에 의사들의 고지 의무를 강화해야 한단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약물이 인지적 판단에 문제가 되니 복용 몇시간 이내론 운전하지 말라는 식으로 의사들이 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도 "특히 고령층은 고혈압과 당뇨약 등 여러 약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감기약 등도 같이 먹으면 의학적으로 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약물 운전의 위험성이 배가된다"며 "초고령 사회가 됐기 때문에 약물 사고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