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오늘 '쉬었음' 할래"…'쉬었음 청년' 조롱하는 사회

[쉬었음 청년]③ 성과 못 낸 이들에 '쉬었음 OO'…온라인서 퍼지는 조롱
전문가들 "청년이 게을러서? 中企도 '좋은 일자리' 돼야"

편집자주 ...30대 '쉬었음' 인구가 31만 4000명(2025년 11월 고용동향 기준)으로 집계됐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11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들은 육아나 가사, 취업·진학 준비도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그냥' 쉰다. <뉴스1>은 한창 일할 나이의 청년들이 왜 쉬는지 진단하고, 이들이 경제활동인구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 총 4편의 기사로 내보낸다.

10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5 부산청년 글로벌 취업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5.11.1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나도 그냥 '쉬었음' 하련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늘고 있는 가운데, '쉬었음'이 이들을 조롱하는 하나의 밈이 된 모습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성과가 없는 대상에게 '쉬었음 OO' 이라 부르거나, 단순히 휴식 시간을 가질 때도 "1시까지 나 쉬었음 청년"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쉬었음' 청년을 폄훼하는 놀이문화에는 이들이 눈이 높아서 중소기업엔 취직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건 노동시장의 문제인 만큼 개인을 비하하기보단, 이들을 구직으로 다시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불러서 취업 안 하는 거 아냐?" 온라인서 퍼지는 '쉬었음' 조롱

4일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등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쉬었음'이란 표현이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된 모습이다. 성적을 잘 내지 못하는 야구 구단을 '쉬었음 구단'이라고 칭하거나, 주식 수익을 내지 못하면 '오늘 주식 쉬었음 청년 됐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게시물들이 다수 올라온 상태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을 직접적으로 조롱하는 글들도 온라인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쉬었음 할 정도면 부모가 부자인 것 아니냐', '20대 후반에도 집콕하고 쉬었음 청년하는 건 한심한 거다', '그냥 백수를 예쁘게 포장하는 말 아니냐'는 게시물들이 SNS에 다수 게재됐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단순히 게을러서, 혹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란 게 주 내용이다.

하지만 쉬었음 청년을 조롱하는 건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일 뿐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쉬었음 청년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일자리 미스매치' 등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이란 것이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봤을 땐 우리나라가 굉장히 높은 학력을 가지고 있지만 적정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상위 18~20% 정도에만 해당한다"며 "중소기업이 적정한 일자리란 사회적 인식이 있고, 노동 조건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면 청년들이 취업을 장기화하는 선택을 하지 않는 토대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청년들에게 '너희가 눈이 높아서 문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이야기"라면서 "기존 일자리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 학교를 졸업하고 막막한 상황에 놓인 청년들에게 어떻게 청년 친화적 고용 서비스를 전달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취업지원 프로그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5.1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쉬었음' 줄이려면…전문가들 '일자리 질과 양 개선' 제언

전문가들은 '쉬었음'을 줄이기 위해선 노동시장으로 청년들을 유인할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자리의 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자리의 질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래는 개인이 노동시장에 들어가서 경력을 쌓고 다음 일자리로 점프해서 올라가는 건데, 지금은 양극화로 인해 그런 시장이 막혀 있다"며 "서울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양극화가 돼서 한 번 좋지 않은 일자리를 갖게 되면 그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가 없기 때문에 구직자들이 쉬면서 좋은 일자리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 교수는 "결국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시장에 맡겨만 놔선 양극화가 확대되기만 할 뿐"이라면서 "정부가 개입해서 질 낮은 일자리를 규제하든, 재정을 넣어 양질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노란봉투법 등으로 노동 환경이 바뀌었고, 중국이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우리 주력 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청년 고용이 줄어들었다"며 "처음엔 취업을 하려던 청년들이 몇 번 시도 하다 안 되니 취업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등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년들의 '쉬었음' 장기화는 단순히 개인을 고립시키는 것을 넘어 국가 경제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쉬는 청년 인구 증가로 발생한 국가경제 손실이 44조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청년층의 쉬었음 상태가 길어질수록 이들이 영영 니트족(NEET·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청년)이 되거나, 노동시장에서 영구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청년 니트족이 나타난 후, 이들이 노동시장으로 재진입하지 못하고 니트족으로 계속 남아 40·50대 니트족이 증가했다.

우 교수는 "입직 시기가 늦어지면 생애 주기에서 일할 시간이 줄어드니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손해지만, 인적 자본의 총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봐도 부정적"이라며 "일을 안 하는 시기가 길어질수록 인적 자본에서 감가상각이 일어나고, 네트워크도 끊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청년 취업이 줄어들면, 소비가 줄어드니 내수가 침체하고 성장률이 둔화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또한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정부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 적자가 발생하거나,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금융 부실이 일어난다"고 진단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