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인데요"…세관서 딱 걸린 스노우볼

[사건의재구성] 스노우볼에 용액 대신 2억7700만 원 어치 마약
"마약인지 몰랐다" 안 통한 법원…'징역 8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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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스노우볼 무드등 운반해 주러 왔어요."

A 씨는 지난해 7~8월쯤 페이스북에 올라온 '돈 빨리 벌고 싶은 사람 연락주세요'라는 광고 글에 자신의 위챗 아이디와 전화번호를 남겼다.

얼마 뒤 B 씨로부터 '해외로 가지 않겠냐'는 제의가 날아왔다. 그의 말을 따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한 A 씨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인근 한 레스토랑의 야외 화장실 앞 노상에서 '박스'를 찾았다.

박스 안에는 크리스마스 무드등 스노우볼 12개가 들어 있었다.

A 씨는 스노우볼들이 든 박스를 챙겨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6시 23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내리고는 세관에서 검사를 받았다.

A 씨는 검사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B 씨에게 보내며 스노우볼 박스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위장하려 했다.

B 씨는 '세관에서 물건이 뭐냐고 물었다'는 A 씨의 말에 말을 맞춘 듯 "크리스마스 선물이잖아. 다른 사람 선물이라고 말 안 했어"라고 답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밝혀진 스노우볼의 정체는 마약 밀수품. 스노우볼에는 일반적인 스노우볼 용액 대신 액상 필로폰 총 7569.71g(필로폰 2773g 함유)이 채워져 있었다. A 씨가 들여오려던 액상 필로폰은 도매가 기준 총 2억7730만 원 상당에 달했다.

A 씨는 "수화물 안에 필로폰 같은 마약이 들어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김정헌)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위탁수화물 운반 비용으로 약 94만 3000원을 선금으로 받았고 한국으로 박스를 운반하면 추가로 돈을 받기로 했다. A 씨가 또 다른 마약 상선 C 씨와 나눈 대화를 보면 A 씨가 배달 후 받기로 한 운반 수수료는 약 98만 3000원~182만 5000원 수준이다.

법원은 해당 금액이 A 씨의 한 달 수입인 125만~141만 원을 훌쩍 넘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노우볼 12개 운송을 대가로 A 씨는 총 190만 원에서 최대 276만 원가량을 받게 될 예정이었다.

법원은 또 A 씨가 위탁수화물로 운반한 스노우볼의 가격이 말레이시아에서 80~150링깃(약 2만 5000원~5만 원)이고 한국에서도 1만~3만 원대에 해당한다며 "이와 같은 가격의 스노우볼 무드등을 운반하기 위하여 피고인이 직접 말레이시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왔다는 피고인의 변소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A 씨는 마약을 직접 투약하기도 했다. A 씨의 소변 및 모발 감정 결과에서는 MDMA, 케타민, 노르케타민 등의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A 씨는 스노우볼을 운반하기 위해 한국으로 이동하기 전날에도 케타민과 엑스터시를 투약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입한 필로폰이 압수되어 시중에 유통되지는 아니했고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면서도 "마약류 관련 범죄는 마약류의 중독성 등으로 인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마약류 수입 범행은 마약의 확산 및 그로 인한 추가 범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이 수입한 필로폰의 양이 매우 많다"고 밝혔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