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영호, 20대 대선때 "이번엔 2번"…한학자 보고 않고 尹 독대

대선 직후 윤영호-통일교 지휘부 대화 녹취록 입수
한학자 선물받은 尹 "언제든 길 열어두겠다" 화답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2025.7.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 핵심 관계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스스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교단의 지지 후보로 상정하고 지휘부들에 국민의힘 시도당과 접촉을 지시한 발언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윤 전 대통령과 독대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뉴스1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대 대선 직후인 2022년 4월 3일 교단 지도부들을 대상으로 대선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명시적인 지시는 없었지만 자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교단 지지 후보로 보고 후원했다는 발언들을 내놨다.

이 녹취록에서 그는 "어머님은 그런 말씀을 안 하셨지만, '2번(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입니다'라는"라면서도 "이번만큼은. 이번만큼은, 2번이잖아요"라며 대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을 당선 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전 본부장은 "우리가 (2022년) 3월 3일에 전국 지부장들이 바로 집회를 했다"라며 "그리고 4일 (국민의힘) 시·도당 위원장을 다 찾아가게 했습니다. 제가"라고 말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2022년 3월 3, 4일은 그해 3월 9일 치러진 20대 대선 직전 시점이다.

앞서 특검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통일교가 한 총재의 지시로 국민의힘 17개 시도당에 대해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녹취의 발언은 한 총재의 명시적인 지시없이 윤 전 본부장의 판단으로 국민의힘 시도당에 접근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그는 녹취에서 "2번이 안 되면 저는 이제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것으로 한 명은 책임을 져야 되지 않겠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녹취록에는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정치인과 접촉했으며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도 독대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는 2022년 3월 22일 통인동 인수위원회 4층 접견실에서 윤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며 "그런데 이걸 가는 것도 어머니(한학자)께 보고를 못 드렸다"고 말했다. 면담 직전에 일정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게 녹취록에 담긴 윤 전 본부장의 설명이다.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독대 상황을 설명하며 "저희가 단 한 번도 이렇게 위정자를 뽑는 이 과정에 개입된 적이 없다"는 설명을 했다며 "그동안 활동했던 그리고 우리 결과물 역시 제가 갖고 가서 다 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윤 전 본부장은 당시 면담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와 한 총재에 대해 나이 등을 물으며 관심을 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통일교의 현안이 담긴 '국가 간의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윤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하면 좋겠고 언제든 길을 열어 놓을 테니까 만나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 윤 전 본부장은 당시 면담에서 "어머님이 주신 선물을 제가 전달했다"라며 밝혔는데 이는 한 총재가 면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발언과는 상충하는 진술이다.

아울러 윤 본부장은 녹취에서 정치권에서 선거철마다 통일교가 이용돼 왔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그는 "선거 때는 통일교를 다 이용한다. 누구나 통일교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라며 "조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