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피해자 150명 모집, 착수금 깎아줘"…단체소송 '브로커' 등장
로펌서 요구 거절하자 온라인에 비판 글 게시
법무법인, 공갈미수·업무방해 혐의 고소 예정
-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대규모 고객 정보가 유출된 쿠팡을 상대로 한 이용자들의 단체 손해배상 소송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법무법인에 소송 참여자를 모아올 테니 착수금 등 비용을 깎아달라는 사례가 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단체 소송 참여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면서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는 '브로커'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 사태 관련 단체 손해배상 소송 제기 등 진행 중인 법무법인 대륜은 최근 A 씨로부터 이 같은 연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대륜에 연락해 "쿠팡 관련 피해자 약 150명을 모집했으니 착수금을 할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륜은 "이미 사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착수금을 책정했고, 다른 의뢰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할인해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A 씨는 "이미 다른 법무법인을 선임했다는 의뢰인들을 설득해 대륜으로 유도했다"며 "할인을 해주지 않으면 대륜이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문제 제기하겠다"고 했다.
대륜은 다른 로펌으로부터 의뢰인을 빼 오도록 지시하거나 요청한 사실이 없고 그 과정에서 사실 왜곡이나 부당한 약속이 있었는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을 이유로 최종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A 씨는 다수 온라인 사이트에 '대륜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A 씨는 해당 게시글에서 대륜이 할인 요구를 거절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륜은 A 씨에 대해 공갈미수,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사실관계를 왜곡해 법무법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할인 요구 수용을 압박하기 위해 위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다.
박동일 대륜 대표변호사는 "사건의 성격상 무분별한 비용 할인이나 예외적 조건 부여는 사건의 공익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오히려 집단 전체 피해자들의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집단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에서 과도하게 낮은 비용이나 특정 개인, 집단에 대한 특혜를 인정한다면 소송의 진정성과 안정성이 약화되고 외부의 부당한 개입이나 원고 집단 내부의 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전체 피해자들의 권리 보호라는 집단소송의 본래 목적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쿠팡 이용자들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에 단체 소송 관련 공지 글을 올려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카페 운영자들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리 목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공갈미수 혐의뿐만 아니라, 일종의 '브로커' 행위로 볼 수 있는 사례로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위임계약을 체결할 당사자와 법무법인 사이에서 영리적 목적을 취득하려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볼 수 있다"며 "법무법인에서 진행하는 소송 제기와 이에 참여하는 의뢰인 사이에서 역할을 한 대가로 영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단순히 피해자 모집만 해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거나 집단 소송 과정에서 악의적으로 개입할 목적이 있을 수 있다"며 "이전에 진행된 단체 소송에서도 유사한 전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소송에 참여하려는 피해자들 사이에선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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