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금고지기' 전 총무처장 "정치인 관련 예산 처리 기억 없어"

경찰 출석…관련 비용처리 했냐 질문에 "제 기억에는 없다"
'윤영호 개인 일탈'이라는 통일교 측 주장과 일치해

통일교 전 총무처장 조 모씨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조씨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함께 근무하며 행정과 재정 실무를 총괄했던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25.12.23/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김기성 기자 = 경찰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통일교 내 재정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가 '정치인 관련 예상을 처리한 기억이 없다'며 교단의 조직적인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23일 오전 통일교 세계본부 총무처장을 지낸 조 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40분쯤 경찰에 출석한 조 씨는 '정치인 관련 예산을 비용 처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 기억에는 없다"라며 잘라 말했다.

이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재수·김규환·임종성 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먼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로비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지시를 받고 정치권에 전방위적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대한석탄공사 사장)은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더불어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떤 내용을 소명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어떤 것을 물을지 모르니 거기에 대해 응답하겠다"고 일반론적인 답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조 씨는 '윤 전 본부장이 전재수 의원 외에도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접촉했다고 말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답을 피했다.

조 씨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함께 일하며 총무처장으로서 교단 행정 및 재정 실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또한 조 씨는 윤 전 본부장의 아내이자 통일교 본부 재정국장이었던 이 모 씨의 직속 상사이기도 했다.

조 씨가 정치인 관련 예산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고 밝힌 것은 통일교 교단 측이 이번 사건에 대해 주장하는 바와 논리를 같이하고 있다.

통일교 측은 이번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해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금품 공여에 대해서도 통일교 측은 재정 관련 결재권을 가지고 있던 윤 씨 부부가 공모해 교단 몰래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