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 관리자 집유·벌금형…시공사는 무죄

폭우에 수문 자동 개방되며 휩쓸려…시공사·협력업체 직원 3명 숨져
재판부 "전형적인 인재·참극…위험은 사고 당시 기준으로 판단해야"

지난 2019년 7월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된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수색 구조작업에 나선 구조대원들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을 나오고 있다. 이후 3명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2019.7.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6년 전 서울 양천구의 빗물펌프장 공사 현장에 들어갔다가 빗물에 휩쓸려 작업자 3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현장소장 등 관계자들이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아 실형을 면했다. 시공사 현대건설과 협력업체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김주완 판사는 27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당시 현대건설 현장소장 최 모 씨(56)와 양천구청 치수과장 강 모 씨(62) 등 3명에 대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현장관리자와 감리책임자 등 4명은 죄책에 따라 벌금 700만~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A 건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19년 7월 31일 양천구 목동 신월빗물펌프장 공사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 3명이 갑작스러운 폭우에 수문이 자동 개방되면서 빗물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일 아침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며 많은 비가 왔음에도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점검을 위해 터널에 들어갔고, 이후 시공사인 현대건설 직원 1명이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내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재판 과정에서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두 차례 발생했는데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드러났다. 특히 사고 이틀 전에는 빗물펌프장 5차 시운전이 진행됐는데, 예상하지 못한 시점이 수문이 개방되며 근로자들이 급히 지상으로 대피하는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전체적인 기록을 검토한 결과, 이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사고 현장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음에도 운영 주체인 양천구 측과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감리단 사이 시설 운영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고 재해 발생의 위험성이 큰 저류배수터널 내 작업 현황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누구라도 먼저 시설의 운영과 작업 현황에 관한 정보를 확인해 공유하거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현장에서 작업하던 하도급 업체 근로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참극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사고의 책임이 피고인들에게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시설 운영과 공사에 수많은 사람이 관여했다"며 "안전관리와 관련해 책임자 지위에 있던 피고인들의 책임이 크지만 작은 부주의가 누적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빗물펌프장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A 건설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 중 하나였던 악천후 및 강풍 시 작업 중지 의무에 대해서도 사후적 관점이 아닌 사고 당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비가 예보가 있긴 했지만 7시 30분 전까지는 비상경보가 발령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이 진입할 무렵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전 7시 30분부터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서 호우주의보가 내려졌고 7시 40분부터 작업 중단 철수지시를 했다"며 "터널로 진입하기 전에 사전에 작업 중지를 명령할 상황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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