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대신 내준 인물 영향력 무서워"…법원은 '실형' 선고[사건의재구성]

도박장 동업자에 캄보디아 납치…몸값 내준 인물에 다시 도박장行
법원 "피고인 변명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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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베트남 납치 사건을 무마한 A 씨의 영향력이 무서워 입국하지 않았습니다."

A 씨는 캄보디아에 납치됐던 B 씨의 몸값을 대신 내고 풀려나게 도운 인물이다. 그러나 중국 심천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다 붙잡힌 B 씨는 지난 2022년 4월 재판장에서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던 이유로 A 씨를 지목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B 씨는 2010년부터 2012년 5월까지 중국 옌타이에서 '바다이야기'가 설치된 게임장을 C 씨와 공동 운영했다. 그러나 게임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C 씨와 자금 분쟁을 벌이다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납치됐다. B 씨는 2012년 7월까지 약 두 달간 캄보디아에 감금됐다.

B 씨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A 씨였다. A 씨는 2억 원 이상의 '몸값'을 C 씨에게 건네고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신고해 B 씨를 구출했다.

B 씨는 A 씨의 도움으로 구출된 뒤 동업을 제안받았다. A 씨는 B 씨에게 "프로그래머 D 씨에게 연락해 '바다이야기' 도박 사이트와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를 개발해 봐라. 비용은 전부 지급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B 씨는 A 씨의 제안에 도박사이트 운영을 수락하고 D 씨에게 개발을 의뢰했다.

두 가지 불법 도박 사이트 프로그램은 2013년 2월 개발됐다. B 씨는 A 씨에게 제작된 두 프로그램을 전하고 지시에 따라 같은 해 3월부터 중국 심천 사무실에서 프로그램과 사무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해당 사이트들은 이듬해 4월까지 운영됐다.

이렇게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대를 오갔던 B 씨는 7년여 만에 한국에 입국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A 씨의 영향력이 무서워 입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 씨는 '베트남에서 납치 사건을 겪었다가 A 씨에 의해 구출돼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 씨의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형사3단독 이정아 판사는 2022년 4월 28일 B 씨에게 국민체육진흥법위반,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에 의해 구출돼 그를 위해 사건 각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은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은 관리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B 씨가 수행한 역할은 주범인 A 씨를 보좌해 도박 프로그램 개발할 수 있도록 D 씨를 소개해 주고 프로그램 개발, 유지 보수 지시를 D 씨에게 전달하며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직원들을 관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본인 및 A 씨를 비롯해 도박사이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고도 7년 동안 해외에서 한국으로 입국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A 씨가 2015년 유죄를 선고받았음에도 한국에 입국하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변명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