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허위 납품계약 체결해 보증보험상품을 대출에 악용한 38명 검거
금전 거래 담보 위해 허위로 납품계약 체결한 뒤 '이행보증보험 가입'
대출회사에 대출 원금 보험금으로 충당하게 해
-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허위 납품계약을 체결해 서울보증보험의 물품대금 반환보증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이를 대출 담보에 악용한 대표 등 38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최근 차입회사 대표 A 씨를 비롯해 차입회사 임직원 23명, 대출회사 관계자 10명, 대출 알선 브로커 5명 등 총 38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A 씨는 구속됐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서울보증보험의 물품대금 반환을 보증하는 보험상품을 통해 편법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이어왔다.
서울보증보험의 보험상품 중 하나인 '이행보증보험'은 채무자인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피보험자가 입는 손해를 보장해 준다. 가령 물품공급 발주처인 피보험자가 수급업체인 보험계약자에게 선급금을 지급했는데, 물품공급을 못 받고 선급금도 돌려받지 못하면 이에 대한 반환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다만 물품 납품계약 등 비금융적 상거래 관계를 전제로 하고, 금전 차용계약과 같이 개인 간 단순 대부 거래를 보증하진 않는다.
차입회사 대표 A 씨 등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자신들의 금전 거래를 담보하기 위해 이행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금전 차용계약 대신 허위로 납품계약을 체결하고, 이행보증보험에 가입했다.
실제 대출회사가 물품을 공급받을 의사가 없고 단지 계약서상 선급금 명목의 돈을 대여하는 것인데도 보증보험 가입을 위해 형식만 갖춘 허위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A 씨 회사에서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고, 대출회사는 대출 원금 상환을 보장받으면서 연 10~12% 상당의 이자 수익을 취득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A 씨 등은 대출회사들로부터 67차례에 걸쳐 11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빌렸고, 그 금액 상당의 물품대금 반환보증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이 과정에서 45억 원 상당의 대출 원금을 갚지 못했고, 대출회사들에는 대출 원금을 보험금으로 충당하게 했다.
한편, 다른 차입회사 대표 B 씨 등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신용도가 낮아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자 제3의 업체 15곳을 섭외해 허위 납품 계약 체결 및 보증보험 가입을 대신해 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B 씨 등은 이러한 방식으로 2020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대출회사에게 25차례에 걸쳐 40억 원을 빌렸고, 35억 원 상당의 대출 원금을 변제하지 못했다. 이후 대출회사가 상환받지 못한 금액을 보험금으로 충당하게 해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서울보증보험에 보험계약자가 제출하는 계약서 검토 위주의 보험인수·심사를 지양하고, 보증 대상 계약의 실질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도 개선 방안을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물품대금 반환보증 등 보험대상 내용이 실질적으로 다르고 보험 가입 시 그 실질을 보험사에 고지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기가 성립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며 "보험상품을 본래 목적과 다르게 이용하려는 행위는 처벌된다"고 밝혔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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