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목소리 자체가 증거" 수요시위 연대 나선 힌츠페터상 수상자들
국내외 연대 단체·시민 100여 명 참여…인근서 우익 단체 반대 집회
"진실만이 정의 세우고 정의만이 화해와 회복의 길로 나아가"
-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올해 힌츠페터상 수상자인 마리안 게티와 아녜스 나밧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정기 수요시위에 참여해 "진실만이 정의를 세울 수 있고 정의만이 치유와 평화, 그리고 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5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와 한국 정부에 법과 조례 개정을 촉구하는 제172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주관단체인 한국YMCA연합회를 포함해 일본 시민단체 '한일의 현대사를 배우는 모임' 관계자 13명, 2025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자 및 관계자 3명, 세종여성회, 연대 시민 등 100명가량이 모였다.
연대 발언에는 한일의 현대사를 배우는 모임을 대표해 발언한 오다기리 마사타케와 티그라인 전쟁을 취재해 마리안 게티와 아녜스 나밧 영상 기자가 참여했다. 마리안 게티와 아녜스 나밧은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전쟁 여성 피해자를 취재한 다큐멘터리로 2025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을 수상한 프랑스 국적 기자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현장을 영상으로 담아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기리고 5·18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5.18 기념재단과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제정했다.
두 사람은 이날 연대 발언에 나서 "여러분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 그리고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여성에게 연대를 이어간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게티는 "티그라이 전쟁 동안 10만 명이 넘는 여성이 성폭력을 당했다. 티그라이 전쟁은 목격자가 거의 없는 전쟁이었다"며 "티그라이의 생존자들이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고 수십 년간 침묵에 갇히고 그 범죄가 역사 속에 묻혀버리는 일들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기에 와서 집회하는 여러분들을 보고 박물관에서 통해서 공부했던 생존자들을 통해 우리가 증거 그 자체라는 것을 믿는다"며 "그들(티그라이 전쟁 생존자)이 목소리를 내주길 바랐다. 그들의 목소리 자체가 충분한 증거 그 자체라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나밧은 "사회에서 처음으로 용기를 내 말할 한 명의 생존자가 필요하다"며 "오늘 우리는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가 돈으로는 진실을 살 수 없다며 배상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날 수요시위가 진행된 평화로 인근에서는 수요시위 중단과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우익 단체들의 집회도 열렸다. 두 집회는 직접적으로 대치하진 않았으나 스피커를 통한 반대 집회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가까이서 들렸다.
마사타케는 "이곳에도 우익 세력들이 많이 와있는 것 같은데 각 지역의 풀뿌리 우익 세력, 차별적 배타주의 세력에 대한 투쟁이 과제 중 하나"라며 "문제는 지금 그런 세력들이 더욱더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지금도 주변이 굉장히 시끄럽다. 일본 극우집단과 손잡고 한일을 왕래하며 일본 제국주의의 불법, 식민지 전쟁 범죄, 강제 동원, 성노예제 모두를 부정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외 연대자들이 국제 인권 규범을 바꾸고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켜 왔다"고 말했다.
또 "11월 4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수요시위 주변의 극우 집회가 얼마나 참담한지, 소녀상에 대한 테러가 얼마나 심각한지 증언했다"며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피해자 존엄을 훼손하는 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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