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집 살인 수사' 관악서 형사2과장 "강력 사건 신속 검거 중요" [베테랑경찰]

(서울=뉴스1) 한수현 강서연 기자

"범인의 단서가 하나도 없는 강도 사건도 수 시간 만에 폐쇄회로(CC)TV만 보고 범인을 검거한다. 형사과는 최대한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 모녀 살인 사건과 올해 서울 관악구 피자가게 살인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안영일 관악경찰서 형사2과장은 "강력 범죄는 피의자를 신속하게 검거해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안 과장은 지난해부터 1년 동안 서울 수서경찰서 형사과장을 지내다가 올해 3월부터 서울 관악경찰서 형사2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안 과장은 형사과장을 지내는 2년 연속 신상정보공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의 사건을 각각 담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수서경찰서에서 수사한 박학선 모녀살인 사건과 올해 관악경찰서에서 담당한 김동원 피자집 살인 사건이 그 사건들이다. 안 과장은 두 사건을 형사과장으로 있으면서 수사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안 과장은 "범행 수단의 잔인성 및 중대한 피해 등 신상 공개가 결정되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 두 사건 모두 피해자들이 한 번에 사망한 사건인 만큼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나"라며 "박학선의 경우 가족들이 교제를 반대하다 보니 앙심을 품고 범행한 피의자"라고 말했다.

일선 서에서 형사과는 1과와 2과로 나뉘는 경우가 있다. 관악서 형사2과는 살인과 강도, 절도, 조직폭력 등 '강력범죄' 사건을 맡고 있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는 매년 크게 줄거나 늘어나지 않고 비슷한 수준이지만, 시민 중에선 체감상 강력범죄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강력범죄 건수는 △2020년 2만4332건 △2021년 2만2476건 △2022년 2만4954건 △2023년 2만4939건 △2024년 2만3443건 등이다.

올해 피자집 살인 사건을 비롯해 2023년 신림역 칼부림 사건, 같은 해 신림동 공원 강간 살인 사건 등이 알려지면서 관악경찰서 관내에는 흔히 강력범죄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안 과장은 실제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 과장은 "사실 관악경찰서는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1회 발표하는 지역안전지수가 5개 등급 중 중간인 3등급인데도, 경찰청에서 조사하는 체감안전도는 서울 시내 경찰서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시민들 입장에서는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언론에 바로 기사화되기 때문에 강력범죄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관악의 경우 언론에 노출된 강력 사건이 많다 보니 더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우리 경찰서에서는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치안 만족도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일 강력 범죄를 수사하다 보면 정신적, 육체적인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안 과장은 "최근 형사들과 식사하면서 했던 이야기 중 끔찍한 범행 현장을 보면 잔상이 오래간다고 했다"며 "수사 과정에선 112 신고 녹취를 분석하고,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봐야 하는데 저도 힘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무 외에 다른 건전한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 된다"며 "범인을 검거하기 전이나 (수사가) 잘 안 풀릴 때엔 어떤 법리로 풀어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잠을 못 자는 경우도 많은데, 취미활동을 하게 되면 그런 부분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안 과장은 형사과장을 맡기 이전에도 수사 현장에서 지능범죄수사팀장과 수사과장 등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수사 경험을 쌓았다. 안 과장은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준수를 꼽았다. 반면 제한된 인원과 자원 내에서 경찰 수사의 완결성과 신속한 수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안 과장은 "인원과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정해진 예산과 공무원 정원 문제가 있어 모두 늘어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인사에서 수사 인력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부서장과 팀장 등의 능력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죄의 범위를 제한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시행되면서 경찰의 수사 환경 전반에 변화가 있었다. 당시 안 과장은 서울경찰청 수사심의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사심사관 업무 △수사 심의 신청 사건에 대한 조사 △경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 △중요 사건에 대한 법리 검토 등을 담당했다. 이전까지 이의제기 방식으로 운영됐던 수사심의신청은 현재 경찰 수사의 완결성을 보완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검찰청 폐지 이후 경찰의 수사 권한 확대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안 과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직후에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는데, 그런 걱정을 불식시키고 경찰 수사의 완결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통해 노력해 왔다"며 "일부 일탈한 수사관의 행위가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과장은 중국인민공안대학에서 단기, 장기 국비 국외훈련을 비롯해 주중국대사관 및 주칭다오총영사관에서 경찰 영사로 근무한 '중국 전문가'다. 영사로 근무하며 재외국민 보호를 비롯해 외사정보 수집, 보이스피싱 총책 등 해외 도피사범 송환 등을 담당했다.

특히 안 과장은 2012년 주칭다오총영사관에서 근무하면서 중국 내 한국 보이스 피싱 콜센터를 단속해 다수의 한국인 피의자를 체포한 사건에 관여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중국 공안이 중국 내 한국 보이스 피싱 콜센터를 단속한 최초 사례다.

안 과장은 "당시 중국 공안은 첫 단속이다 보니 초반에는 언어적인 어려움이 있고, 한국에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와 피해금 산정이 어렵다는 둥 난색을 표했는데 적극적인 공조 수사를 통해 피해금 산정까지 잘 이뤄져 형사 처벌까지 원활하게 진행됐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보이스 피싱 범죄단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의자의 범죄 수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적 노력과 함께 현지 경찰과의 인간적인 유대,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안 과장은 2012년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의 아내를 중국에서 원정 청부살해하도록 한 50대 남성의 사건에서 중국 공안에게 공조 필요성을 직접 설명해 공조 협조를 받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공조 관련 업무 회의가 열린 곳이 승강기가 없는 건물의 5층이었는데, 그때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수술받고 깁스를 한 상태였던 안 과장은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목발을 짚고 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장까지 이동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중국 공안 담당자들과 수사 책임자들은 곧바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수사에 필요한 부분은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안 과장은 "청부 살해업자는 이미 한국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시신이 중국에서 발견됐는데, 모든 증거 자료가 중국 현장에 있어 그 자료를 보내달라고 할 땐 공조 수사가 필요했다"며 "인터폴을 통해서도 하지만 시간이 걸리고, 중국 공안의 경우 공안부의 승인이 나오기까지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유대가 필요하고, 고위급에서의 노력과 함께 실무자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영일 서울 관악경찰서 형사2과장

△1974년 △경찰대학(14기) △외교부 주칭다오총영사관 경찰 영사 △관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외교부 주중국대사관 경찰 영사 △서울청 수사과 책임수사실무팀장·수사심사담당관 수사심의계장 △수서경찰서 형사과장 △관악경찰서 형사2과장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