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미허가 대자보 철거한 대학…인권위 "표현의 자유 침해"

'공익적 의견 표현' 절차 위반으로 제지
인권위 "자유로운 의사 표현 방안 마련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대학교 내 게시판에 부착된 대자보 등 모든 게시물을 사전에 승인받도록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인권위에 따르면 대학생 A 씨와 B 씨는 각각 세월호 10주기 추모 대자보와 대학의 교육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재학 중인 C 대학 교내에 부착했다.

그러나 C 대학 측은 두 사람이 정해진 규격을 지키지 않았고,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해당 대자보를 철거했다.

이에 A, B 씨와 같은 대학에 다니는 D 씨는 지난해 5월 두 사람이 대학 내 시설물에 게시한 대자보를 철거당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C 대학은 두 사람에 대한 조치는 홍보물 관련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절차 위반에 따른 조치였으며 대자보의 내용을 검열한 것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학생들의 정치활동에 관한 상벌 조항을 규정에 명시한 것은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학교의 운영과 관련한 비판적 표현을 자유롭게 게시하는 행위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C 대학이) 게시물 게시 관련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학칙 및 이 사건 규정을 제정하여 운영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면서도 "학생 자치활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총학생회의 게시판에도 홍보물 규정이 적용되어 자칫 학생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 학교 운영에 대한 비판 등의 내용을 표명하는 게시물은 학교 내 게시판에 전혀 게시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 씨와 B 씨가 공익적 의견을 표현하고자 한 것임에도 대학 측이 단순 절차 위반을 이유로 대자보를 철거한 것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C 대학 총장에게 총학생회 게시판만큼은 사전 승인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학내 게시물을 통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과 학생 상벌 규정 중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대학의 규정이 학생들의 정치적·사회적 의견표명을 아예 배제하거나, 모든 게시물을 사전 승인 대상으로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