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구금' 韓 피의자 64명 입국…"미안하다" 외침도 나와
오전 7시부터 공항 '분주'…'형 보러 왔다' 남성, 대열 뛰어들기도
입국 송환자 64명 관할 경찰관서 압송…충남청 45명 가장 많아
-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미안하다! 미안해!"
18일 오전 캄보디아 현지 이민국 유치장 등에 구금됐던 한국인 피의자 64명이 입국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조용히 압송되던 송환자 한 명이 갑작스레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송환되는 형을 보러 왔다'고 말한 한 20대 남성이 송환자들 행렬에 뛰어들려 시도하고, 경찰이 제지에 나서면서 공항 내에서는 잠시 소란이 빚어졌다.
구금됐던 송환자들은 이날 오전 9시 54분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총을 들고 무장한 경찰이 행렬의 선두에 서고, 테이프로 밀봉된 박스와 서류봉투로 가득 찬 상자를 든 경찰의 뒤로 경찰이 양옆을 지키는 송환자 행렬이 이어졌다.
대부분이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해 얼굴을 가리고 고개는 푹 숙인 채였다. 수갑을 찬 팔은 파란 천으로 덮여 경찰에 붙들렸고, 대부분 주변을 살피지 않고 양옆에서 팔을 붙잡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빠른 속도로 입국장을 걸어 빠져나갔다.
다만 한 송환자가 소리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입국장 게이트 펜스 앞에 주저앉아 '형을 기다리러 왔다'고 말하던 20대 남성 A 씨가 송환자들 행렬에 뛰어들려 해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A 씨는 안내선을 넘으려다 경찰이 '주차장으로 향하는 입구로 들어갈 수 없다'며 제지하자, 다른 경로로 주차장으로 향하려고 뛰어나갔다. 이에 경찰관들이 A 씨를 뒤쫓아 붙잡고는 재차 주차장으로 갈 수 없다고 안내하자, A 씨는 "뭐가 공무 집행 방해야"라고 성을 내며 돌아섰다.
앞서 A 씨는 "오래 연락이 끊긴 형을 보러 왔다"며 "캄보디아로 가고 연락이 안 됐는데, 오늘 뉴스를 보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4시에 공항에 도착했다. 금방 나올 것 같아, 누가 자리를 가져갈까 봐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날 송환자들 양옆에는 경찰이 2인 1조로 붙었다. 전체 송환자 행렬의 앞뒤로는 무장한 경찰이 배치됐다.
구금된 송환자들이 탄 전세기는 당초 8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출발이 약 1시간 늦어진 데다 입국 후 수속 절차에도 시간이 걸려 총 2시간가량 지연된 오전 8시 37분 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64명의 입국 수속이 한 번에 이뤄졌고 1시간여 만인 9시 54분쯤 입국장에 송환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7시쯤부터 송환자들이 입국할 예정이었던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 일대에는 경찰이 배치됐다. 입국장 앞 도로에는 경찰 호송 차량 7대가 줄을 지어 주차됐다. 입국장에는 형광 조끼를 입은 경찰이 사전에 쳐진 줄 안내선을 따라 두세걸음 간격으로 촘촘히 늘어섰다.
별도로 마련된 주차장에는 송환자들을 관할 관서로 압송하기 위한 대형 밴 크기 호송 차량 23대가 주차됐다.
한편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에는 뉴스를 찾아보거나 송환자를 기다리거나, 경찰이 지키고 선 모습을 보고 휴대전화로 뉴스를 틀고 걸음을 멈춘 시민들도 보였다.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벗어나려다 경찰이 송환을 대비하는 모습을 본 한 50대 남성은 아내에게 "캄보디아에서 죄인들 데려가려는 것"이라며 말하기도 했다.
9살 자녀와 베트남 나트랑에서 입국하던 길이었다는 홍성훈(43) 씨는 "베트남 갔다 들어오는 길에 (아들이) 궁금해하길래 '이런 게 있다' 설명해 주니까 보고 싶다고 해서 왔다"고 설명했다.
홍 씨는 "와이프가 캄보디아와 국경에서 자꾸 뭔가 일이 난다고 불안해하는 듯했다"면서 "그래도 제가 갔던 데는 멀리 있고 하니까 '괜찮겠지' 하고 다녀왔는데, 사실 전보다는 좀 꺼려지기는 했는데 나트랑은 괜찮았다"고 했다.
송환자들이 차량에 탑승한 직후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송환자들은) 보이스피싱 관련 로맨스 스캠, 노쇼 사기 등에 연루돼 있는 사람들"이라며 "한국 당국에서 조사받은 사실이 없기에 캄보디아 당국으로부터 통보받고 피해 사실과 추가 범죄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입국한 송환자 64명은 즉각 관할 경찰관서로 압송된다. 조사를 진행하는 경찰관서는 △충남청(45명) △경기북부청(15명) △대전청(1명) △서울 서대문서(1명) △경기 남부 김포서(1명) △강원 원주서(1명) 등이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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