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위기관리계장 "시민 안전은 '타협 대상' 돼선 안돼"[베테랑경찰]
김지후 계장 "현장 수차례 돌며 대비·보완,…행사 끝날 때까지 긴장"
불꽃축제부터 풍수해까지…"비효율적이라도 중복 대비 필수"
- 한수현 기자,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유채연 기자
"보통 어떤 업무를 처리했을 때 95점을 받았다고 하면 칭찬받을 수 있는데, 저희는 100점을 목표로 합니다. 부족한 5점으로 서울 시민의 생명에 어떤 위험이 닥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최근 사고 없이 마무리된 서울세계불꽃축제를 비롯해 폭우로 인한 재난까지 서울 시민의 안전을 위한 대응에 나서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경찰청 위기관리계다.
위기관리계는 '위기관리'라는 부서명처럼 시민이 많이 모이는 다중 운집 행사에서 인파 밀집으로 인한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한다. 재난안전법상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인 경우, 안전관리위원회를 거쳐 위기관리계에서 경찰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행사에는 인력을 지원해 우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위기관리계를 통해 경찰 인력이 지원된 행사 등은 총 562건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위기관리계는 경찰 내부 여러 기능 간 긴밀한 협조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교통공사 등 외부 관계기관과의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가교 역할'을 한다.
아울러 풍수해, 산불 등으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을 통제하거나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일도 하고 있다. 서울 시내 지하차도 등 침수 위험이 있는 729개소 취약 지점에 대한 순찰 등을 진행한다.
서울 시민의 안전을 챙기는 위기관리계의 콘트롤타워를 김지후 서울경찰청 위기관리계장이 맡고 있다.
김 계장은 "비가 올 때는 재난 상황에 대비하고, 날이 좋으면 다중 행사 안전 관리 지원에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봄에 열리는 벚꽃축제를 비롯해 마라톤, 세계불꽃축제, 핼러윈 지구촌 축제, 크리스마스, 제야의 종 타종 행사까지 위기관리계가 대비해야 하는 행사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김 계장은 한 가지 행사나 특정 지역을 특별히 관리한다고 꼽을 순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 개최된 세계불꽃축제는 위험 상황 없이 잘 마무리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항상 행사가 끝날 때까지는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대비를 충분히 하려고 하지만 언제나 우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하고 빨리 상황을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관리계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여러 재난대응 기능을 합쳐 신설된 곳이다. 지난해 7월 재난안전법에선 재난 유형에 '다중 운집 인파 사고'가 포함됐다.
김 계장은 "지난 2023년 3월경 재난 기능과 다중 운집 행사 기능을 합쳐 위기관리계로 변화한 것"이라며 "기능별로 산재돼 대응하다 보니 콘트롤타워 역할 기능을 하는 조직이 필요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김 계장은 현장 대응에 있어 가장 고민되는 것으로 매번 바뀌는 '현장 변화'를 꼽았다. 이에 이전 행사에서 부족했던 점을 바탕으로 달라진 현장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행사 현장 등을 여러 차례 점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행사가 열리는 다수의 현장에서는 인근 상점의 상호가 전년도 행사 때와 다르게 바뀔 때가 있고, 진입로의 위치가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작년에 잘 끝난 행사여도 올해 똑같이 진행하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며 "계속 현장을 돌아보면서 작년에 부족했던 부분이 어떻게 보완됐는지, 추가로 필요한 안전시설이 무엇인지 살핀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하나 쌓아나가면 그 경험을 토대로 보완하고, 더 완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런 고생이 이제 만 3년을 향하고 있는 위기관리계가 기초를 쌓아나가는 과정이자,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관리계는 다중 운집 행사의 인원 등 파악을 위해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 △인근 지하철역 승하차 수 △인파 밀집 감지 폐쇄회로(CC)TV 등을 활용한다. 또한 특정 행사 때는 고공 관측 장비로 전체적인 상황을 조망해 살펴본다. 김 계장은 이러한 장비 외에도 시시각각 들어오는 112 신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112 신고'"라며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재난과 다중 운집 행사 대응은 중복적인 대비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접수된 신고에 대해서는 경찰은 물론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공동 대응이 꼭 필요하다"며 "다소 효율성이 저해될지라도 가외성이 필요한 영역이고, 그 안에서 저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계장은 위기관리계장을 맡기 이전 경찰청 정보국을 비롯해 일선 경찰서 근무와 더불어 국무조정실과 대통령실, 서울시 등에서 파견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다채로운 보직 경험은 현재 위기관리계장으로서의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위기관리 업무는 지자체를 비롯해 정부 부처의 협조가 필요한 영역이고 특히 일선 현장 경찰관들의 도움 없이는 업무수행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유관기관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해 경찰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회의 결과를 일선과 공유하며 안전의 빈틈을 채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가용 경력이 동원되는 것과 관련해 핼러윈 기간 중 대응 공백이 없도록 서울시와의 협의를 거쳐 민간 안전 대응 업체를 고용하는 방안을 세웠다고 한다.
김 계장은 "서울시에서 재난관리기금을 통해 자치구에서 민간 업체를 고용해 대비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 수준의 경력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서울시의 협조로 안전 공백을 채운 것 같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김 계장은 앞으로 다중 운집 행사 등에 있어 시민 안전과 관련해선 주최 측이나 관계 기관에서 예산 등을 최대한 투입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사 주최 측에서는 주어진 예산으로 최대 홍보 효과를 거둬야 하겠지만, 시민 안전과 관련한 예산은 타협의 대상이 돼선 안 될 것"이라며 "다른 부분을 절감하더라도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의 예산 투입은 아끼지 않고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지후 서울경찰청 위기관리계장
△1979년 △간부후보생(58기) △경찰청 정보국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 △대통령비서실 반부패비서관실 △서대문경찰서 정보보안과 외사계장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실종팀장 △서울청 12기동대장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인사팀장 △서울청 위기관리계장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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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람도, 조직도 허리가 중요합니다. 위아래를 연결하며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경정(警正)은 경찰의 11개 계급 중 중간인 6번째에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경험이 쌓여 베테랑이라고 불리는 때이기도 합니다. <뉴스1>은 올해 창경 8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경찰의 중간 관리자이자 전문가인 이들의 활약과 애환을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