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트남과 단 2㎞…캄보디아 동부 국경에 '새하얀' 범죄단지 들어서

폭 100m 강만 건너면 타국…5층짜리 기숙사엔 '철창'
현지인 "일대가 전부 스캠단지"…최근 1년 사이 '급증'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과 베트남 국경 지역 쯔러이톰에 위치한 온라인스캠범죄단지. 현지인들에 따르면 이 단지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생겼다. 범죄조직들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자 눈을 피하기 위해 국경지대로 거점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10.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쯔러이톰=뉴스1) 김종훈 기자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70㎞ 떨어진 도시 '쯔러이톰'(Chrey thum). 인접 국가인 베트남과 폭 100m짜리 강 하나를 국경으로 맞댄 이곳에서 최근 당국의 단속을 피해 대규모 범죄단지가 들어선 모습이 포착됐다.

국경 지역이 프놈펜 등 중심부와 멀어 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데다 단속이 조여올 경우 인근 국가로 도주하기 용이하다는 점에 범죄 조직들이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뉴스1이 방문한 쯔러이톰 일대는 흙길이던 도로를 포장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비포장도로를 이동하던 중 베트남 국경과 약 2㎞ 떨어진 곳에서 줄지어 서 있는 '흰색' 건물이 눈에 띄었다.

건물은 5층짜리 기숙사 형태로 10동이 넘게 들어섰고, 각 동에는 80개의 방이 자리 잡았다. 방마다 있는 베란다에는 외부로 이동할 수 없도록 철창이 설치됐다. 그 철창 너머로는 안에서 누군가 빨래건조대에 널어 놓은 세탁물도 보였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방불케 하는 이 건물들을 둘러싼 건 3m가 넘는 장벽이다. 장벽에는 일정 간격마다 인근을 감시하기 위한 폐쇄회로(CC)TV 설치됐다.

현지인들에게 건물의 정체를 묻자 모두 "온라인"이라고 답했다. 캄보디아에서는 많은 이들이 온라인 스캠(사기범죄) 단지를 '온라인'이라고 불렀다.

단지 인근에서 현지 이동수단인 '툭툭'을 운행하는 A 씨는 "이 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있다"며 "중국과 인도 그리고 다른 동남아까지 이곳저곳에서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이 생긴 지는 1~2년 정도 됐다"며 "안에서 먹고 자는 문제가 다 해결돼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현지에서 만난 이들은 국경 일대가 거대한 스캠 단지가 돼버렸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노점상인 B 씨는 "근처 단지에서 전부 중국 사람이 '온라인'을 하고 있다"면서 "1년 전부터 단지들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과 베트남 국경 지역 쯔러이톰에 위치한 온라인스캠범죄단지. 현지인들에 따르면 이 단지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생겼다. 범죄조직들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자 눈을 피하기 위해 국경지대로 거점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10.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인근에는 이곳과 유사한 '흰색' 단지가 여럿 발견됐다. 이 단지들은 높은 외벽으로 둘러싸여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고, 출입구를 젊은 남성이 지키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부 단지는 차량이 가까이 접근하기만 해도 경비원이 벌떡 일어나 돌아서 나가라는 손짓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과 우리 정부를 비롯한 외국의 압박이 심해지자, 범죄조직들은 근거지를 국경지대로 옮기는 추세라는 게 현지 교민들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캄보디아와 베트남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쯔러이톰과 바벳이다. 태국과의 접경지대인 포이펫도 그중 하나다.

이들 단지가 새로운 범죄단지로 부상하며, 현지 치안도 불안해지는 추세다. 우리 외교 당국은 이런 상황을 반영해 16일 0시부터 포이펫과 바벳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여행경보를 여행금지에 해당하는 4단계로 격상했다. 범죄단지가 밀집한 것으로 알려진 시아누크빌주는 3단계(출국권고)로 상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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