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설립·보이스피싱 피해금 1228억 세탁한 범죄조직, 검찰 송치

총책·중간책, 구속 송치…범죄수익금 34억 원 추징보전
'저소득 고령층' 명의자들 이탈 막고자 월급 지급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저소득 고령층을 모집해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을 개설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1228억 원을 세탁한 범죄 조직원 31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최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범죄단체 활동죄 등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 씨와 30대 남성 B 씨 등 3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총책이자 부자(父子)관계인 A 씨와 B 씨 등 6명은 구속 상태로 넘겨졌다.

이들은 2019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남 지역에서 월급식으로 수당을 주겠다며 수입이 없는 고령층을 법인 명의자로 모집해 114개의 유령 법인을 설립했다.

이들은 명의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월급 명목으로 150~200만 원과 명절 상여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또 과거 직장동료나 지인들에게 '법인을 세우면 매달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하도록 했다.

이후 총 485개의 대포통장을 개설해 전국에서 발생한 223건의 보이스 피싱 피해금 1228억 원을 세탁했다.

이 과정에서 보이스 피싱 관련 수사로 법인계좌가 지급 정지되거나 법인 명의자들이 수사기관에 출석 요구를 받게 되자, 해외 총책과 국내 중간책이 텔레그램 등으로 연락해 대응 요령을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법인계좌를 개설하면 대출해 준다는 말에 속았고, 대출금이나 수당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등 거짓 진술을 하도록 지시했다.

총책인 A·B 씨와 중간책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자 유령 법인 명의의 전화로만 연락하고, 법인차량을 이용해 세탁금을 주고받았다.

또한 고액의 현금과 달러를 출금할 때는 은행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회사 직원으로 위장한 중간책이 유령 법인의 대표와 함께 은행을 방문해 정상적인 법인 거래로 가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현금과 수표, 귀금속 등 2억 8000여만 원을 압수했다. 범죄수익금 34억 원에 대해선 기소 전 추징보전을 했고, 대포통장에 남아있는 42억 원에 대해선 몰수를 추진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제안받고 허위로 법인을 설립하거나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 형사 처벌될 뿐만 아니라, 보이스 피싱에 악용돼 선량한 다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필리핀에서 범죄수익 세탁을 지시한 해외 총책 C 씨에 대해선 인터폴 적색·은색 수배 조치를 통해 국제공조수사를 진행 중이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