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사기 공포'에 주한 캄보디아인 향한 혐오↑…"평범한 사람들 상처"

온라인 중심 주한 캄보디아인 향한 비난…"평범하게 살아가는데 큰 상처"
"대한민국은 두 번째 고향…한국과 캄보디아의 협조 필요해"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유적 앙코르와트. 앙코르와트는 돌로 만든 사원으로 12세기 초에 건설한 왕실 사원으로 크메르 미술을 대표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AFP=뉴스1 ⓒ News1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주변 한국 분들로부터 '왜 그렇게 위험한가요', '왜 범죄가 자주 발생하나요', '왜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이나요' 같은 질문들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고 속상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 대학원에 재학 중인 유학생 완니 리린(29)은 14일 최근 캄보디아에서 벌어져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한국인 대상 범죄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리린은 한국 경제 개발 역사와 국제 이주 정책을 연구하고 싶어 4년 전 한국행을 택한 캄보디아인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돼 고문으로 사망한 박 모 씨의 사례를 비롯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취업 사기를 당해 납치·감금됐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에 대한 혐오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는 캄보디아 관련 취업 사기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민단체 활빈단도 '캄보디아에 감금된 한국 청년들 모두 구출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서울 중구 캄보디아 대사관과 중국 대사관 앞을 차례로 방문해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으로는 '나라 자체가 범죄 조직 단체다', '한국 인터넷 도박은 대부분 캄보디아발이다',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50%는 범죄에서 나온다' 등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확산하고 있다.

18년째 한국에 거주 중인 한국-캄보디아 이중국적자 A 씨는 "이런 일이 저희 캄보디아에서 일어나는 일 자체가 너무 미안합니다. 제가 캄보디아 국민으로서 사과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영상과 게시글을 SNS에 올렸다.

이 게시글에는 14일 기준 26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갑론을박이 오갔는데, '당신의 잘못은 아니다', '마음 상하지 말아라'라는 댓글이 달리는 한편 '이런 영상도 불편하다', '그래도 캄보디아는 범죄도시가 맞다' 등의 비난도 잇따랐다.

A 씨는 "'너희 나라 가라', '바퀴벌레 한 마리 더 생겼네' '캄보디아는 가난한 나라다' 등의 댓글에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저의 두 번째 고향이고, 대한민국 사람이 캄보디아에서 다치는 건 원하지도 않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가족들을 위해 동영상을 찍었다"라며 "어떻게 똑같은 인간으로서 저렇게 대할 수 있는지 생각도 하지만, 사람들이 부정적이라고 생각을 하니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제가 다 감수해야 할 것 같다"고 체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리린도 "캄보디아를 잘 알지 못한 채 '캄보디아는 범죄 국가다',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해야 한다'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런 표현들은 캄보디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상처가 된다"고 했다.

리린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사건은 단순히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중국, 그리고 제3국 사이에서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국제적인 범죄 현상"이라며 "캄보디아 국민들은 아직 이런 사건의 구체적인 실태를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A 씨 역시 "프놈펜 도시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 중인데, 국가에서는 멀쩡하게 돈을 내고 하니 합법적으로 사업하게끔 해주는 것 아니겠나. 근데 그 안에 범죄를 저지르는 건 국가도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라며 "알았더라면 그런 사람들에게 그런 사업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광객도 다 안전하게 어느 나라든 다니고 싶지 않나. 한국과 캄보디아가 협조해서 나쁜 놈들을 없애버리든 감방에 넣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캄보디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도 일부 과장·왜곡된 내용이 퍼지는 데 우려를 표한다. 재캄보디아한인회는 전날(13일) 성명을 내고 "교민 및 일반 여행객 피해 사례는 없다"며 언론에 "캄보디아를 ‘범죄국가’로 몰지 말고, 국제 범죄 근절의 본질에 집중해달라"고 촉구했다.

캄보디아 외국인 계절근로자 환영식.(괴산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한국을 찾는 캄보디아인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캄보디아인은 4만 8084명에 이른다. 한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 수도 △2020년 4만 1405명 △2021년 4만 1525명 △2022년 2만 9240명 △2023년 5만 7018명 △2024년 6만 3681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다.

한국인과 혼인해 귀화한 캄보디아인 또한 2021년 254명에서 2024년 296명으로 늘었고, 아직 귀화하지 않은 캄보디아인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캄보디아인을 포함해,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 표현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류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혐중 시위도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데, 대낮에 다른 외국인들을 혐오하는 폭력 시위 같은 것들이 일어나는 일 등이 캄보디아인이라든가 다른 외국인들로 퍼져가는 것은 좀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구 교수는 "캄보디아인들이 우리 사회에 와서 경제적이나 다른 측면에서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외국에서 벌어졌던 것은 범죄지만, 지금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캄보디아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예전 미국에서도 한국인 유학생의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가 있었는데, 한국인들이 굉장히 위협을 느꼈었다. 반면교사, 역지사지해서 우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