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병원비 부족" 거짓 글 올려 3600만원 편취한 20대[사건의 재구성]
대학생 커뮤니티 계정 구매해 글 작성
징역 10개월, 벌금 500만원…법원 "범행 수단, 동기 불량"
-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제가 급여 들어온 걸 부모님 입원비에 사용하느라 대출이자를 못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장 급한 건 38만 원이고 월급날까지 내야 할 돈을 감안하면 60만 원 정도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2월 5일에 갚을 수 있고 도움 주실 수 있으시면 빌려주시는 금액의 5%를 더 붙여 갚겠습니다.
A 씨(26·남)는 2024년 1월 B 대학교 재학생들만 가입해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에 이 같은 글을 게시했다. A 씨는 이 글을 보고 연락을 준 대학생에게 25만 원을 송금받았다.
같은 달 A 씨는 C 대학교 재학생들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에 '아버지께서 건선을 앓다 최근 독감에 걸려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 입원했는데, 60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도움을 주면 급여 들어오는 즉시 갚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3명에게 각 10만 원을 송금 받았다.
A 씨는 이후에도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 '도와주세요, 아버지가 아프고, 병원비가 부족하다, 일하고 있어 돈을 갚을 수 있다'는 내용의 같은 취지를 담은 글을 게시했다. A 씨는 글을 보고 연락한 2명에게 각각 20만 원, 40만 원을 송금 받았다.
그러나 A 씨의 아버지는 입원한 사실이 없었고, 각 대학교의 자유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는 재학생도 아니었다. A 씨는 다른 사람에게 아이디를 구매해 글을 올렸다. 또한 빌린 돈은 도박 자금으로 쓰거나 기존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
A 씨는 인터넷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서도 거짓으로 판매 글을 올려 물품 대금으로 5명에게 각각 36~46만 원 등을 송금 받았다.
A 씨는 이러한 방식 등으로 피해자 28명으로부터 총 3600여만 원을 송금받았고, 결국 9개의 사건으로 기소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사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0개월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일부 피해자들이 신청한 배상 신청을 받아들이고, 피해자 5명에게 각각 25~8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마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대부분 미성년자이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대이고, 피해 금액 중 일부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범행의 동기와 수단·방법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다만 "5개월간 구금 생활을 하면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각 범행 전까지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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