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간 가족 연락두절" 전국서 신고 21건 이상…경찰, 전수조사 검토 (종합)

외교부, 캄보디아 납치·감금 신고 올해만 330건
경찰 '국제공조' 추진…"실제 협력은 쉽지 않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한국인 감금 피해 및 사망 사건 관련 질의하고 있다. 2025.10.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박동해 이성덕 이재규 이수민 박지현 오미란 기자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 끝에 사망한 사건이 알려진 이후 전국 각지에서 관련 신고가 있었던 사실이 줄을 이어 확인되고 있다. 경찰은 관련 신고들이 실제 피해로 이어졌는지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 경북 상주 등에서 가족이 캄보디아에 출국했다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7월 출국했던 대학생 박 모 씨(22)가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돼 불법행위에 동원됐다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지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박 씨는 현지 조직원들에게 극심한 고문을 당했으며 지난 8월 8일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차 안에서 사망했다.

박 씨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유사한 사건들이 경찰에 접수됐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3일 기준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실종 신고가 접수된 한국인은 △경북 2명 △전북 6명 △충북 3명 △강원 4명 △대구 3명 △광주 3명 등이다. 다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SNS 등을 통해 가족과 연락이 닿고 있다.

그중 지난 8일 광주에서는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던 일용직 근로자 A 씨(20)가 캄보디아에서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6월 26일 가족들에게 "돈을 벌어오겠다"며 태국으로 출국했으나 8월 10일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뒤 연락이 두절됐다. A 씨의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사용된 곳은 캄보디아 프놈펜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에서는 지난 8월 또 다른 20대 남성이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해당 남성 역시 현재까지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도 지난 8월 22일 30대 B 씨가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가족과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8월 19일 출국 이후 연락이 두절됐던 B 씨는 8월 24일 텔레그램 영상통화로 "2000만원을 보내주면 풀려날 수 있다"는 이야기만 남기고 다시 연락이 끊어졌다.

충북에서도 지난 9일 "아들로부터 캄보디아에 감금돼 있다는 연락이 왔다"는 부모 B 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B 씨는 경찰에 "아들이 또래 지인 2명과 함께 캄보디아로 여행을 갔는데, 프놈펜의 한 건물 안에서 감시를 받고 있다고 SNS로 알려왔다"며 "아들이 '내 통장이 자금세탁에 이용되고 있어 계좌가 정지되면 신변이 위험할 수 있으니 잘 관리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서는 6~8월 사이 20대 청년 3명이 캄보디아에서 감금과 협박 피해를 당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및 동남아 지역의 범죄조직들이 대거 캄보디아로 이주하고 범죄단지를 건립하면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납치·감금 피해자는 2022년 1건에서 2023년 17건, 2024년 220건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8월 말 기준으로 330건으로 폭증했다.

유사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하자 경찰은 △캄보디아 경찰당국과의 양자회담 개최 △인터폴 등 국제기구를 통한 협조 요청 △캄보디아 범죄피해 공동대응팀 확대 운영 △국제공조수사 인력 보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경찰은 캄보디아와의 협조를 바탕으로 현지에 한국 경찰이 상주하는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사법권이 없는 국내 경찰은 현지 당국의 협조에 의지해야 하지만 협력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도 이날 열린 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캄보디아가 동남아 다른 국가에 비해 경찰 당국 간 협조 관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원활치 않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실제 올해 경찰청이 인터폴을 통해 캄보디아에 요청한 국제공조 20건 중 답이 온 것은 6건에 불과했다.

다만 유 직무대행은 "외교부라든지 국외 당국과 협조를 해나가겠다"라며 경찰 당국 간 직접 소통에 더해 인터폴 등 국제기구를 통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서도 협력을 얻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내국인이 해외에서 범죄 피해를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외교부 해외안전상황실에 관련 사항을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외교부로 직접 신고가 들어가는 사건도 있어서 관련 통계를 외교부가 관리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신고 접수가 실제로 범죄로 이어졌는지 등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