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살고 싶었다"…반지하방서 쓸쓸히 숨진 20대가 남긴 메모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고독사 현장 정리 등 특수 청소일을 하는 30대 남성이 일과 감정을 분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는 특수 청소일을 하는 이준희 씨(33)가 출연했다. 특수 청소란 고독사, 화재, 범죄 현장 등 정신·위생적 위험이 존재하는 특정 공간을 청소 및 정리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날 방송에서 이 씨는 "일반적인 청소를 하다가 특수 청소를 하게 됐다"며 "감정을 내려놓고 청소하고 싶은데 공과 사 구분이 어렵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특수 청소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자살, 고독사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됐다. 나라에서 사후 처리를 해주는 줄 알았는데 민간 업체에서 하더라.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우리가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고독사 현장의 경우 가족, 이웃 등 주변인들에 의해 현장이 발견되고 범죄 혐의가 없을 시 장례 절차가 진행된다면서 "유족의 의뢰를 받아 현장 청소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평균 150~200건 정도 된다. 그중 40%는 청년 쓰레기 집, 40%는 고독사 및 자살 현장 유품 정리 등"이라고 부연했다.
이 씨는 3일 전 고독사 현장에 다녀왔다며 "사람이 떠난 곳은 공기가 무겁고 조용하다. 근데 그 공간 안에서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해 구조한 뒤 입양 보냈다. 강아지는 일주일간 아무것도 못 먹었더라. 마음이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MC 이수근이 "어르신이 돌아가셨나"라고 묻자 사연자는 "나이가 젊으셨다. 40대 초반이었다"라고 답해 충격을 안겼다.
또 이 씨는 "20대 초반 남성의 고독사 현장을 찾았다. 반지하였고 분위기가 무겁고 냄새가 많이 났다. 침대 옆에 '햇빛 드는 방에 살고 싶다. 나는 정말 살고 싶었다'라고 적힌 메모가 있었다. 그걸 발견하고 다 뛰쳐나왔다. 일을 못 하고 감정에 잠겨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작업할 때 시신을 직접 보지는 않지만 부패 조직, 손가락, 손톱, 치아 등 신체 일부를 보기도 한다고. 날씨와 관계없이 365일 내내 방호복을 입고 작업한다는 그는 "현장이 처참하다 보니 일 배우러 왔다가 중간에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MC 서장훈은 "동료가 다 또래일 거 아니냐. 죽음을 직접 맞닥뜨릴 일이 많지 않은데 젊은 사람들이 그 일을 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들 것"이라며 "시신이 옮겨졌다고 하더라도 분위기 자체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게 당연하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도 마지막 가는 길이 정리되지 않고 지저분한 걸 원하지 않을 거다.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을 잘 정리해 드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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