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있을지도 모르니까" 화재 연기와 두려움 뚫고 인명피해 막은 경찰
논현1파출소 윤진기 경감, 팀원들과 함께 신속·질서정연한 대피 안내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처음엔 어디서 불이 났는지도 모르니 솔직히 들어가기 좀 두렵기도 했지만 안에 사람들이 있다는데…
지난 12일 오전 8시 29분 강남 논현 1파출소 순찰2팀장 윤진기 경감은 화재 발생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으로 다급히 이동했다.
불이 난 건물은 이미 복도에 화재 연기가 자욱한 상황. 함께 출동한 팀원이 대피를 촉구하기 위해 1층에 설치된 화재 경보기를 눌렀지만 소리가 크지 않았다.
20여 가구가 거주하는 7층짜리 건물, 특히 3개 층은 고시원으로 쓰고 있어 자칫 큰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순찰차 마이크 써서 주민들한테 대피 안내 방송부터 해" 윤 경감은 함께 출동한 팀원에게 일단 지시를 내려두고 연기가 찬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을 찾기 위해서였다.
매운 화재 연기가 눈과 코를 찔렀지만 고시원이 위치한 층까지 올라가 불이 났으니 대피하라고 외쳤다. 윤 경감의 빠른 판단에 이날 모두 9명의 주민이 무사히 밖으로 몸을 피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윤 경감은 "처음에는 불이 난 위치를 몰라 두렵기도 했지만 경찰관이 안에 사람들이 있다는데 거기서 (화재 대응이) 우리 주 업무가 아니라고 안 들어가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팀장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다"라고 덤덤히 말했다.
그는 공적을 팀원들과의 팀워크에 돌렸다. 그는 "저희 팀이 좀 잘 맞는다. 화재 현장 나가서도 알아서 각자 자기 역할을 잘 한다. 한 팀원은 안내 방송을 하고 뒤이어 도착한 팀원들이 주변 교통 정리를 맡아 소방 차량의 진입을 도왔다"고 덧붙였다.
윤 경감은 "불이 나면 당황할 수밖에 없지만 경찰과 소방의 안내에 잘 따라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이번 화재가 지하 1층 창고에서 피운 모기향 불씨가 근처 박스로 옮겨 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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