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한국 경찰의 뿌리는 어디일까 [김민수의 경찰본색]
현재 '경찰의날' 10월 21일 vs 임시정부 경무국 창설일 4월 25일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우리 경찰은 언제 탄생한 것일까.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경찰의 날'을 변경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경찰의 날'은 10월 21일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경무국 창설일인 4월 25일로 바꾸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방 직후, 미군이 진주하기 전까지 한반도는 치안 공백 상태였다. 일제 경찰 소속이었던 조선인 경찰의 80~90%가 보복을 우려해 도망쳤고, 경찰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1945년 9월 9일 미군이 인천을 거쳐 서울에 들어왔다. 미군정은 과도기 치안을 담당할 군정경찰을 조직했고, 같은 해 10월 21일 '경무국'을 창설했다.
초대 경무국장에는 조병옥 박사가 임명됐다. 그는 "일제시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한 '프로-잡(pro-job)'은 처벌하기 곤란하나, 그 이상의 진짜 친일을 한 '프로-잽(pro-Japanese)'이 문제"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후 1946년 10월 21일 '제1회 경찰의 날' 행사가 열렸고, 1948년 9월 13일 내무부가 미군정으로부터 경무부를 인수하면서 명칭도 '치안국'으로 바뀌었다. 같은 해 10월 21일이 '국립경찰 창설일'로 정해졌으며, 1957년 내무부 훈령을 통해 공식 기념일이 됐다. 1973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제정으로 정부 주관 기념일로 확정됐다.
그러나 '경찰의 날'이 미군정 시기 경무국 창설일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은 태생적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1894년 7월 14일 경무청 창설일, 1948년 9월 13일 제1공화국 치안국 출범일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그중에서도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가장 힘이 실리는 안은 1919년 4월 25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경무국 설치일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추진한 전례가 있고, 최근 신정훈 의원 등 국회의원 76명은 경찰의 날을 4월 25일로 변경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광복회 역시 "헌법이 천명한 임시정부 법통 계승 정신에 부합한다"며 지지를 표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1호 경찰청장'을 백범 김구 선생으로 여기고 있어, 4월 25일 변경안의 설득력은 더 커지고 있다.
경찰의 날을 미군정 시기 경무국 창설일에 맞춘다면, 경찰의 뿌리를 해방 이후 외세 주도의 치안 체계에 둔다는 의미가 된다. 반대로 임시정부 경무국 창설일을 기념한다면, 경찰의 기원을 독립운동과 헌법 정신 위에 세우는 셈이다.
경찰이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역사적 출발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임시정부 경무국 창설일을 기념하는 것은 과거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경찰이 독립과 민주주의, 민중의 안전이라는 가치 위에 서겠다는 선언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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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화 '영웅본색'의 팬 사회부 사건팀 김민수 기자가 '경찰본색'을 연재합니다. 본색이란 본디의 색깔이나 정체, 특색을 말합니다. '경찰본색'은 범인을 잡고 시민을 지키고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경찰다움'을 의미합니다. 창설 80주년을 맞이한 경찰 역사의 결정적 장면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