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수사와 조사, 동행 가능할까…"특조위 힘 빠질라" 우려

합수팀·특조위 업무 분담 아직…'수사·조사 균형' 세월호 특조위도 실패
형사 처벌 전제한 '수사' 앞서면 구조적 문제 짚는 '조사' 흔들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9일 오후 서울 관악산으뜸공원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유세에 참석해 이 후보 연설을 듣고 있다. 2025.5.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김형준 기자 =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검경 합동수사팀'이 2주 전 공식 출범한 가운데 이미 먼저 진상규명 조사를 진행하고 있던 특별조사위원회 내부에선 합수팀과 특조위의 역할을 잘 조율해야 한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형사 처벌을 전제로 한 '수사'와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조사'가 엇박자가 나면, 자칫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혀야 하는 특조위의 힘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특조위 측과 합수팀은 아직 업무 분담 및 역할 조율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특조위 관계자는 "합수팀 발족 후 특조위와 만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무작정 만나선 안 된다'는 의견이 특조위 내부에 있었다"며 "합수팀이 아직 뭘 수사할지도 명확하지 않으니, 양측이 각자 안을 만들어서 실무적으로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검경 합수단은 지난달 30일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참사 유가족과 만나 약속한 지 2주 만이었다. 20여 명 규모의 수사팀(팀장 하준호 부장검사)은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돼 대검찰청 형사부 지휘를 받는다.

강제적 수사권이 없는 특조위에 대한 한계가 그간 꾸준히 제기돼온 만큼 유가족과 특조위 모두 합수팀의 필요성은 공감하는 상태다. 합수팀은 참사 원인과 구조 활동, 대응 상황 적정성 등 사건 관련 의혹 전반을 수사한다. 특조위가 법적인 잘잘못을 넘어 구조적 문제점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지난 6월 조사를 개시한 특조위와 합수팀의 조사·수사가 겹치거나 속도가 맞지 않으면 시너지가 나기 힘드니 사전적으로 역할을 조율해야 한다는 게 특조위 내부 의견이다.

만약 형사 처벌을 전제로 한 수사가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보다 앞설 경우, 재발 방지나 구조적 원인 규명 등을 밝혀내는 특조위의 힘이 빠질 수 있다. 책임자 처벌에 경도되다 보면, 사법적 부분을 넘어선 진상 조사는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한 특조위 관계자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선행해야 하는데 법적인 잘잘못을 따지는 수사가 앞서가면 자칫 스텝이 꼬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땐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가 먼저 진행되고 법적 책임을 묻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는 특조위의 힘이 상대적으로 빠졌다. 당시 세월호참사 특조위 조사관이었던 박상은 씨는 자신의 저서 등에서 특조위 실패 원인으로 조사와 수사가 분리되지 않았단 점을 꼽았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검경 합수팀이 지난 정부 미진했던 검경의 수사 과정을 객관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지 등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검경 합수단 출범 직후 논평을 내고 "합동수사팀을 이룬 경찰과 검찰 모두 지난 정권에서 이태원 참사 수사 과정을 축소하거나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분통을 샀었다"며 "전 정권에서 무엇을 감추려고 했고 어떤 목적으로 참사를 몰아간 것인지 검경이 스스로 한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