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폭도가 아닌 기록자'…정윤석 감독을 위한 작은 변론

1심서 200만 원 벌금형…판결은 정당했을까

정윤석 감독('올해의 작가상'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상물이나 기록물'

다큐멘터리의 사전적 정의다. 작가의 해석과 관점이 투영되긴 하지만, 픽션과는 달리 사실에 기반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지난 1월 19일 새벽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가 촬영한 영상은 3분가량에 불과했다. 1심에서 검찰은 그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일반건조물침입'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정 감독은 재판에서 줄곧 '표현·예술의 자유'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 목적이 명백한 언론기관과 비교해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한지 따져봐야 하며, 침입 없이도 영상을 충분히 찍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단에 의문이 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정 감독의 행위가 언론의 취재와 무엇이 달랐느냐는 점이다. 작품이나 기사에 필요한 재료나 제재(題材)를 조사해 얻는 행위를 '취재'라고 한다. 정 감독이 사실에 기반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현장에서 한 행위 역시도 '취재'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 감독이 만들어온 '다큐멘터리'를 단순히 예술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나 공익적인 메시지를 담아냄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는 '언론'의 한 형태로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침입 없이도 영상을 충분히 찍을 수 있었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뉴스1' 또한 법원 경내에서 시위대가 창문을 깨고, 난동을 부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 사진과 영상, 기사 등을 보도했다. 만약 법원 울타리 바깥에서만 찍었다면 법치주의가 훼손되고 있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19일 새벽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법원 경내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만약 울타리 밖에 있었다면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2025.1.19/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정 감독 또한 생생한 사실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는 일념으로 그 현장에 있었다. 정 감독은 당시 '법원에서 큰 소리가 나서 급하게 카메라를 챙겨서 들어갔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그의 '행위'가 법원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었는지도 의문이다. 그가 법원 경내에서 촬영한 시간은 3분 남짓인데, 과연 이게 법원의 평온을 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

정 감독의 배경만 보더라도 그의 목적은 결코 법치주의를 유린하거나, 폭동에 가담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약 20년 동안 세월호·용산참사 등 사회적 재난 참사를 기록해 왔고, 지난해에는 JTBC 특집 다큐멘터리 '내란 12일간의 기록'에 제작진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재판의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정 감독은 극우세력에게 이른바 '좌표'가 찍혀 '프락치', '좌파 빨갱이'라는 2차 가해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는 재판부에 62명의 피의자와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같은 날 자신을 적대시하는 피의자들과 함께 1심 선고 결과를 들어야만 했다.

기자는 1심 첫 공판부터 그를 쭉 지켜봐 왔다. '재판 과정' 자체가 한 인간의 평범한 삶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정 감독은 4일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디 항소심 재판부가 정 감독에게 정당한 판결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19일 새벽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소화기를 뿌리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 이 사진 역시 만약 법원 울타리 바깥에서 있었다면 촬영해지 못했을 것이다. 2025.1.19/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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