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비 4배? 7말8초 휴가 못 가"…폭염·고물가에 '늦캉스' 유행

숙박비·항공권 가격 오르자 "휴가 안 갈래"…휴포족 늘어
"8월 부산 갈 바엔 9월 베트남행"…추석 황금연휴 해외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8.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올해 여름 거제도로 가볍게 휴가를 떠나려던 송 모 씨(29·여)는 숙박비를 보고선 결국 '7말 8초' 여행을 포기했다. 경비를 아끼려고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을 택한 건데 숙박비만 2박에 80만 원이 소요돼서다. 날짜만 변경해 거제도 숙소를 9월 초로 검색해 보니 같은 숙소가 2박에 20만 원이면 예약할 수 있었다.

송 씨는 "8월에 거제도 가는 것보다 차라리 그냥 9월에 베트남 같은 곳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게 더 경제적인데,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기운이 빠져 그냥 올해 여행은 안 갈 것 같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고물가에 폭염이 겹쳐 여름휴가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차라리 경비가 덜 드는 9월이나 10월쯤에 늦은 휴가, '늦캉스'를 가겠다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롯데멤버스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지난달 8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20∼60대 남녀 19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휴가를 가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30.9%에 달했다. 휴가는 내지만 여행은 가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6.4%였다.

매년 휴가를 포기하는 '휴포족'이 늘고 성수기를 피한 늦캉스가 많아지는 것은 휴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성수기면 항공권 가격도 비싸지고 국내 숙박시설도 평시의 3배 가까이 가격이 오른다. 대표적인 국내 관광지인 부산의 한 풀빌라는 비수기 1박당 30만원의 숙박비를 최근 85만원까지 올렸다.

최근 친구들과의 부산 여행을 계획하다 무산시켰다는 김 모 씨(35·남)는 "8월 9~10일 부산 여행을 가려 했는데 3성급 호텔이 1박에 77만 원이었다"며 "9월엔 20만 원 정도인 숙소가 단순히 한 달 일찍 간다고 그만큼 비싼 게 이해되지 않아 여행은 다음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5.7.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실제로 7말 8초에 국내 여행을 하는 것보다 9월쯤 동남아 등 합리적인 물가의 나라에서 해외여행을 하기로 한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모 씨(34·남)는 "8월 초 국내 여행지 이곳저곳을 알아봤는데, 그 숙박비를 합친 가격이 9월 베트남 특가 항공권에 숙박비를 합친 가격이랑 비슷하더라"며 "한국 폭염이 만만치 않다 보니 여자 친구와 9월에 차라리 베트남에 가서 호캉스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도 7말 8초 휴가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두 달간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1973년 관측 이래 역대 3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8월엔 강한 호우가 쏟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날씨가 어떨지 예상하기 힘들다.

가족과 제주 여행을 준비하다 취소했다는 황 모 씨(42·여)는 "올해 여름은 숨도 안 쉬어질 정도로 더우니까, 비싼 돈 주고 여행지 가놓곤 제대로 놀지도 못할까 봐 걱정됐다"며 "비도 올 수 있다고 하니까 그냥 '에라 모르겠다. 9월에 상황 보고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게다가 최장 10일을 쉴 수 있는 10월 추석 황금연휴가 두 달 후라, 7말 8초 여행에 대한 수요는 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 교원투어 여행이지에 따르면 올 추석 연휴 10월 3일~9일간 해외여행 수요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비해 28.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