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아들을…계속되는 '비속 살인' 가중처벌 결단할 때

[박응진의 참견] 2023년 부모가 살해·살인미수 자녀 65명
2월 비속 살인 가중처벌법 발의됐지만 상임위 상정도 안돼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씩 발생하는 사건·사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들 속에서 그 의미를 찾고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참견하겠습니다.

지난 21일 60대 남성이 사제 총으로 자신의 아들을 살해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2025.7.21/뉴스1 ⓒ News1 박소영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65명.

지난 2023년 부모가 살해했거나 살인미수에 그친 자녀(양자녀·의붓자녀 포함)의 수다.

그동안 경찰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 살인'의 통계를 집계하지 않았다. 경찰은 죄의 종류에 따라 통계를 분류하는데, 형법 제250조 살인죄는 살인과 존속살해죄만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속 살인이 끊이지 않고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경찰은 피해자 유형을 세분화해 2023년에 처음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했다.

2023년 기준이 가장 최신 통계로, 그 이후 비속 살인 건수는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에만 생활고를 비관해 아내와 아들 둘을 살해한 40대 남성, 사업 실패를 비관해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10~20대 딸 2명 등 5명을 살해한 50대 남성, 생활비 지원 중단을 이유로 아들을 향해 사제 총을 발사해 숨지게 한 60대 남성 등 천륜을 저버린 범죄가 잇달아 발생했다.

가족공동체를 붕괴하는 비속 살인은 죄가 무겁다. 그러나 현행법은 부모에 대한 범죄는 가중처벌하고, 자녀에 대한 범죄는 일반 범죄와 똑같이 취급한다.

생후 1년 미만 영아 살해 등의 경우 오히려 형의 감경 사유가 되기도 한다. 형법 제251조 영아살해죄를 저지르면 사형이나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보통살인죄보다 형이 감경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는 주로 분만 직후 산모의 정신이상·흥분상태 등의 사정을 고려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속 살인을 가중처벌하지 않는 건 부모에 대한 '효'(孝)를 강조하는 유교사상과 자녀의 생명권은 부모의 것이란 그릇된 인식에 기반한 시대착오적 처사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존속과 비속을 가리지 않고 4촌 이내의 혈족, 인척과 동거친족에 대한 강간을 가중처벌하는 조항이 있는 성폭력특례법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에 따라 앞서 국회에선 비속에 대한 살인죄를 신설하고, 이를 존속살인과 마찬가지로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왔다. 그러나 각종 정치 상황으로 인해 법안 심의가 뒷전으로 밀려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법안이 폐기되기 일쑤였다.

제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은 낮잠을 자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비속 살인 등에 대한 가중처벌을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을 뿐이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대통령 선거 등의 영향으로 법안이 상정조차 안 돼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정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된 지금, 비속 살인에 대한 가중처벌을 위해 정치권은 신속히 결단해야 한다. 비속 살인을 저지르면 엄벌에 처해질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반인륜적인 범죄자들은 엄단해야 한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