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은 당신들 몫"…미아리 여성들, 명도집행·CCTV 설치 규탄

"대책커녕 예산도 없는데 어떻게 脫성매매…범죄자로 몰아 쫓아내"
"CCTV 설치로 손님 발길 끊기지만 수입 메울 방법 전무"

17일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가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명도집행 당시 CCTV 설치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7.17/뉴스1 ⓒ News1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서울 성북구의 성매매 집결지 '미아리 텍사스촌'의 성매매 여성들이 강제 명도집행 당시 재개발 조합의 폐쇄회로(CC)TV 설치를 두고 "부끄러움은 당신들 몫"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미아리 성 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이주대책위)는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습적인 폐쇄회로(CC)TV 설치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에 대한 재개발 조합과 탄압을 묵인한 것에 대한 성북구청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비 오는 날씨에 우의를 입고 '우리는 살고싶다' 등의 피켓을 목에 건 채로 회견을 이어나갔다. 성매매 여성들은 면담에 응하지 않는 이승로 성북구청장을 향해 '어서 나오라'며 구청 입구 앞까지 몰려가 항의하기도 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9일 오전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성북구 성매매 집결지 내 건물 1채에 대한 명도집행(강제퇴거)을 실시했다. 해당 건물에는 이주를 거부한 거주자 1명이 살고 있었고, 재개발 조합은 거주자의 짐을 빼낸 뒤 출구를 폐문하고 CCTV를 설치했다.

김수진 이주대책위원장은 "숨 쉬고 노동하며 생계를 꾸리던 길목에 설치된 카메라의 목적은 하나"라며 "피와 땀으로 일대를 가꾸어 온 주민들을, 국가의 역사와 수십 년간 함께한 성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압박해 결국엔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일하던 30대 싱글맘이 불법추심으로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문제의 근원은 재개발 조합과 성북구청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대책 마련은커녕 성북구가 관련 예산조차 할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탈(脫)성매매를 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17일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가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명도집행 당시 CCTV 설치 등을 규탄하고 있다. 2025.7.17/뉴스1 ⓒ News1 신윤하 기자

이주대책위 연대자 일동도 조합 측의 CCTV 설치에 대해 "주민의 의사를 묵살하는 사생활 침해 행위이자 법을 악용해 사람을 길거리로 내쫓는 탄압이며, 문제의 본질인 구조적 착취와 이주 대책의 부재를 무시하는 일방적 개발"이라며 "조합은 범죄예방이라는 이름 아래 원래부터 살고 있던 주민들을 '범죄자'로 몰아 쫓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CCTV 설치로 성매매 여성들이 생계를 꾸릴 수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주대책위 연대자 일동은 "당장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성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성판매 영업이 유일하다"며 "사회와 고립된 상태로 오랫동안 살아온 중·노년층 여성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더욱 선택지가 없고, CCTV가 설치되면 이를 의식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지만 그만큼 감소한 수입을 메울 방법이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북구청장이 본인의 슬로건대로 정말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면 신월곡1구역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외침에 눈과 귀를 닫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합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탄압을 모른 척하는 성북구청 또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끄러움은 법적 근거조차없는 집행을 졸속으로 강행한 조합의 몫이고, 인허가한 사업에 대한 책임을 유기하고 침묵을 고수하는 구청, 주민의 공감을 훼손하지 않고선 행정을 처리할 수 없는 구청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이주대책위는 성북구청장이 면담에 응하고, 조합으로 하여금 신월곡1구역 주거대책위원회와의 교섭에 적극적으로 응하도록 개입할 것을 주문했다. 조합을 향해선 CCTV 설치에 대한 즉각 사과와 이주 보상 논의 및 관련 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17일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가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명도집행 당시 CCTV 설치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7.17/뉴스1 ⓒ News1 신윤하 기자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