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집 앞서 "택배 가져가라" 문자…문 열리는 순간 흉기 '훅'

[사건의재구성] 피해자 유인 '덫' 20대남 살인미수
1·2심 모두 징역 12년 선고…법원 "죄질 극히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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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택배가 집에 도착했으니 시간 날 때 받아 가라."

지난해 5월 18일 새벽 2시 21분쯤 서울의 어느 집 앞. 20대 남성 배 모 씨는 A 씨(여)에게 카카오톡으로 이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었다. 배 씨의 가방에는 흉기가 들어 있었다. 메시지를 보낸 후 A 씨가 나오길 기다렸다. 배 씨의 기다림은 누가 봐도 수상쩍은 것이었다.

이별 통보 받은 후 전 여친에게 집착

배 씨는 A 씨와 2020년 7월쯤부터 약 3년 8개월간 교제했었다. 배 씨는 A 씨와 사귀면서 주변과 교류를 단절한 채 정신적으로 크게 의존하며 생활했다.

배 씨는 약 1억 원의 개인 투자 손실로 채무가 늘어난 상태였다. 게다가 가족과 불화도 심해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 정신적으로 의지했던 연인인 A 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았다.

지난해 4월. 배 씨는 힘든 상황에서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A 씨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배신감을 느꼈다. 배 씨는 결국 해선 안 되는 생각을 품고 말았다. A 씨를 살해하기로 한 것이다.

배 씨는 A 씨의 인스타그램을 몰래 지켜봤다. 또는 A 씨에게 줄 선물이 있다는 핑계로 만남을 요구했다. 사랑이 아닌 집착이었다.

'자신만의 배신감'…피해자 집으로 찾아간 남성

결국 배 씨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16일 오전쯤 배신감에 사로잡힌 배 씨는 흉기를 챙겨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A 씨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

배 씨는 A 씨의 집 근처 PC방과 모텔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카카오톡으로 A 씨에게 줄 선물이 있다고 거짓말하면서 만남을 요구했다. 이틀 뒤인 5월 18일 오전 0시 30분쯤 배 씨는 신변을 비관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만의 배신감'에 휩싸였고, 범행을 계획했다.

그리고 서두에서와 같이 "택배가 집에 도착했으니 시간 날 때 받아 가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A 씨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 배낭에 있던 흉기를 꺼내어 손에 쥔 채 중간 현관문 옆에서 피해자가 나오길 기다렸다. A 씨도 배 씨의 연락을 확인하고 중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남성의 잔인한 범행…'119 불러달라' 피해자 요구도 거절

그리고 배 씨의 범행은 시작됐다. 흉기로 피해자의 머리를 강하게 여러 번 내리쳤다. 배 씨는 A 씨가 바닥에 쓰러지자, 집 안까지 들어갔다.

A 씨는 겨우 정신을 차린 뒤 신고하려고 했다. 그러자 배 씨는 흉기로 다시 A 씨를 향해 내리쳤고, 목까지 졸랐다. A 씨는 119를 불러달라고 요구했지만 배 씨는 거절했다.

이후 A 씨가 119에 신고하려고 시도하자 배 씨는 A 씨의 휴대전화를 뺏으려 했다. 실랑이 끝에 A 씨는 같은 날 오전 4시쯤 겨우 119에 신고하는 데 성공했고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지만, 머리를 크게 다쳤다.

법원 "범행의 잔혹성 등에 비춰 죄질 극히 불량" 질타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지난해 11월 8일 살인미수,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배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준비 정도와 수단, 범행의 잔혹성 등에 비춰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배 씨는 재판 과정에서 1000만 원을 형사 공탁했으나 A 씨가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양형 요소로 고려되지 않았다.

배 씨와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 박주영 송미경)는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