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8년만에 캡사이신 쏘나…尹 선고일 대비 '충약'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날 마지막 사용, 살수차는 전량 폐차
"캡사이신 액을 채우는 충약 점검 중…제한적 범위 내에서 사용"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경찰이 8년 만에 캡사이신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내주 이뤄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 폭력 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제2의 서부지법 사태를 막기 위해 가능한 조치를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의 캡사이신 사용은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정부 탄핵 국면에서 열린 시위가 마지막이다.
경찰청은 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폭력 사태 가능성에 대비해 최루 스프레이를 충약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캡사이신 액이 꽉 차 있는지 점검 중"이라며 "사용에 대비해 수량을 확인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날(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필요하다면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삼단봉이나 캡사이신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캡사이신 등 최루액을 뿌려 과격 집회에 대응해 왔다. 과거에는 '물대포'로 불리는 살수차를 통해 캡사이신을 분사했지만, 2015년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이후 살수차 사용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5월 최루액을 물에 혼합한 용액을 살수차를 이용해 뿌리는 '혼합 살수' 방법은 법적 근거가 없는 신체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공권력 행사로, 헌법을 위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경찰은 2021년 살수차 19대를 전량 폐차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비 폐기 이후 구입을 안 했기 때문에 현재는 살수차 자체가 없다"며 "200㎜ 용량의 최루 스프레이 장비만 갖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캡사이신 사용은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당일 집회가 마지막이었다. 이때도 살수차 방식이 아닌 개별 스프레이 장비가 활용됐다.
당시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 인용 직후 탄핵 반대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총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집회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몰고 차벽을 들이받아 경찰 차량 위 스피커가 떨어지면서 70대 남성이 숨지기도 했다.
최루 스프레이는 지난 2023년 민주노총 도심 집회 현장에도 투입됐지만 사용되진 않았다. 삼단봉 역시 과잉 진압 논란으로 인해 사용이 자제돼 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캡사이신이나 삼단봉 등 경찰 장구는 서부지법 상황 수준의 과격한 폭력 시위가 생기면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제한적 범위 내에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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