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숨만 쉬어도 욕먹은 김새론, 그의 사망이 남긴 것
'음주운전' 넘어 사생활 추적…여성 연예인에게 엄격한 잣대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삶의 마지막 몇 년간 배우 김새론은 숨만 쉬어도 욕을 먹었다. 음주운전은 명백한 그의 잘못이었지만, 그를 향해 날아드는 비판은 비단 음주운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자숙에 들어간 김새론은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보다 사생활에 대한 비난을 더 받았다. 그의 사생활은 특별할 것 없었지만 늘 문제시됐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모습을 SNS에 올리자 '생활고인 척한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홀덤바 목격담은 비난에 기름을 부었다. 개인 SNS에 남성 연예인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고 "논란을 즐긴다"는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김새론의 일거수일투족이 비판받아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연예계 활동을 멈춘 김새론은 우리 모두 그러하듯 돈을 벌기 위해 일을 구했고, 카페에서 일했다. 성인인 김 씨가 친구들을 만나 홀덤바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그의 자유였다. 그의 행동과 SNS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이며 과대 해석하고 '논란'이라 이름 붙인 건 언론과 대중이었다.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자숙이란 더 이상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얼굴을 비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범죄자가 아무런 일이 없었던 양 매체에 나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범죄를 가볍게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새론은 그런 의미에서의 자숙을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자숙을 넘어 '나락'을 보내는 게 요즘 문화라지만, 나락의 잣대도 김새론에겐 더 엄격했다. 비슷한 음주운전·마약 뿐만 아니라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미성년자 성매매로 논란이 된 남성 연예인들이 '작품으로 보답'할 때, 김새론에게 재기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김새론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16일에도 넷플릭스에선 배우 최승현(마약)·오달수(성폭력 의혹)·송영창(미성년자 성매매) 등이 출연한 '오징어게임2'가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었다. 김새론이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은 2023년 6월 공개 직전 김새론의 분량을 대거 삭제한 바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 연예인에게 유독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민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생활 문제가 불거진 남성 배우는 연기력으로 평가받으며 재기하는 사례가 많지만, 여성 배우는 개인적인 연애 사실도 흠결로 지적하면서 더욱더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이른 나이에 성공했지만 갑자기 추락한 20대 초반의 여성인 김새론은 더더욱 대중이 욕하기 '쉬운' 대상으로 여겨졌고, 그에 대한 공격과 사생활에 대한 추적은 집단 스포츠가 됐다.
고인은 9살에 데뷔해 평생의 커리어를 연예계에서 쌓았다. 사생활이 끊임없이 해석 당하고 숨만 쉬어도 욕먹던 마지막 몇 년간 느꼈을 삶의 무게감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를 향했던 엄격한 잣대가 정말 정당한 것이었는지 돌이켜볼 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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