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안전하지 않다니"…초등생 살해에 참담한 학부모들

새학기 앞두고 예비 초등생 맘부터 맞벌이 부부 불안 높아져
전문가 "동일 병명이어도 정신질환 같은 만성병은 휴직 필요"

지난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A양이 교사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범행이 발생한 학교에서 학생이 A양을 추모하고 있다. 2025.2.1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유수연 이강 기자 = "워킹맘 맞벌이라 학교 돌봄·늘봄학교를 이용할 생각이었는데 딸을 보내도 되는지…"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우울증을 앓던 교사가 8세 여아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당장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학생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교사는 업무에서 배제해 학생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처음 학교 갈 생각에 설렜는데 걱정 커졌다"

올해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워킹맘 학부모 A 씨(36)는 "뉴스를 보고 어떻게 교사가 학생을 살해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학생이 학교에서 살해당할 수 있는지 참담하고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이도 저도 처음 학교에 갈 생각에 설렜지만 걱정이 커졌다"며 "선생님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 무섭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쌍둥이 자매를 키우는 박 모 씨(45) 역시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실지 걱정된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맞벌이라 하루 종일 자녀에게 신경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라 "딸들이 오랜 시간 연락이 없으면 걱정이 많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는 "언젠가 일이 터질 줄 알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4학년 딸을 둔 맹모씨는 "안전상 문제로 아이를 더 이상 돌봄교실에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3년 전, 막내가 교사 없는 교실에 홀로 남겨지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맹 씨는 교사에게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고, 나중에야 "회의 중이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회의 시간 중 학생을 홀로 방치한 것이다. 대전 초등학생 역시 돌봄 수업 후 실종됐다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비슷한 사례가 다른 곳에서도 발생할까 걱정된 맹 씨는 관할구 교육지원청에 따졌다. 하지만 지원청은 "돌봄 선생님이 그렇게 하는 것까지는 우리 일이 아니다"고 책임을 돌렸다. 그는 "지원청이 아무 대책을 말해주지 않고 담당 선생님께 얘기하라고 했다"며 황당해했다.

"아이 상대하는 곳에서는 정신건강 장벽 더 높아야"

대전 초등학생을 살해한 가해 교사는 정신적인 문제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12월 복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대전시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시 교육청은 같은 병력으로 더는 휴직이 불가능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대전 초등생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학교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교사는 학생으로부터 신속히 분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맹 씨는 "성범죄 등은 이력 조회가 가능하다. 미안하지만 교육계에 있는 분들은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일반 사회생활은 괜찮겠지만 아이를 상대하는 곳에서는 장벽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과거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는 학부모 박씨는 "마음이 복잡하다"면서도 "이번처럼 아픈 선생님들은 분리할 수 있게 학교나 교육청에서 빨리빨리 결정해야 할 것 같다. 학생들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선생님들은 확실하게 분리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권준수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우울 증상이 바깥쪽으로 향하면 폭력적이고 과격해질 수 있다"며 "정신질환 같은 만성질환은 매니지(manage·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급하게 치료를 받으려면 당연히 휴직할 수밖에 없는 건데 같은 병명으로 휴직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