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만 입었어도"… 반복되는 어선 사고, 인명피해 왜 커지나
불편 이유로 미착용 빈번…불법조업 숨기려 발신장치 끄기도
정부, 신형 구명조끼 개발하고 불법 어선 단속 강화
- 한지명 기자,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이비슬 기자 = 지난해 전남과 경남 해역에서 잇따른 어선 전복·침몰 사고로 사망자 14명이 발생했다. 구명조끼 착용 부족과 어선 안전 대책의 미비가 반복되면서 정부는 본격적인 대책 강화에 나섰다.
5일 해양수산부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어선 사고로 인한 피해는 사망자 14명, 실종자 5명, 부상자 3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사고는 봄철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만 5건의 전복·침몰 사고로 1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 1일, 제주 가파도 해상에서 소형 어선이 해수 유입으로 전복되며 선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불과 며칠 뒤인 3월 9일에는 경남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어선이 전복돼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같은 달 12일과 14일에는 전남 여수와 경남 통영 해상에서 또 다른 어선들이 전복과 침몰로 선원 5명이 사망했다.
올해도 사고는 이어졌다. 이달 1일 제주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서 좌초된 어선 2척의 사고로 2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상태다.
해경은 구조 과정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선원들이 생존 확률이 낮았던 점을 지적하며 구명조끼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명조끼는 사고 생존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장비지만, 현장에서는 착용률이 낮다. 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어선 전복 사고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한 경우 생존율이 높았지만, 미착용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빈번했다.
어민들은 작업 중 구명조끼가 불편하다는 점과 비용 부담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정부는 2인 이하 소형 어선의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를 이미 시행했으며 이를 모든 어선 승선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가볍고 어업 작업에 적합한 신형 구명조끼를 개발하고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검토해 착용률을 높일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입·출항 미신고나 승선인원 허위 신고 등 불법 출항 행위를 적발하면 1차 경고, 2차 어업정지 15일, 3차 어업정지 30일 처분을 내리는 등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별도의 면허 없이 운항할 수 있었던 5톤 미만 소형 어선에도 운항 자격제를 도입해 안전성을 높이기로 했다. 어선 구조를 불법으로 증·개축한 경우 선주뿐 아니라 개조업자도 처벌 대상이 되며, 복원성 검사 대상도 24m 이상에서 20m 이상으로 확대된다.
특히 2톤 미만 소형 어선에는 안전사다리 설치를 지원해 전복이나 추락 시 자력 복귀가 가능하도록 한다.
또 위치 발신 장치(V-PASS)의 실시간 관리 시스템과 원격 점검 체계를 도입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며, 불법 입출항 어선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어업 현장에 맞지 않는 구명조끼 설계를 지적했다. 국승기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현재 구명조끼는 무겁고 불편해 작업 중 벗는 경우가 많다"며 "가볍고 작업에 적합한 맞춤형 구명조끼의 개발과 보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명조끼는 생존을 위한 최후의 안전 장치인 만큼, 비용 부담 때문에 착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노령화된 선원과 외국인 선원의 안전 의식 부족도 문제로 꼽았다.
국 교수는 "면허 제도와 안전 교육 체계를 강화해 기본적인 안전 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서도 "단순한 법적 강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장 맞춤형 장비 보급과 안전 교육이 병행돼야 반복되는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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