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 경찰 총경 "왜 주저하나 즉시 윤석열 체포 시도해야"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비상계엄 사태'를 놓고 수사기관 간 수사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와중에 경찰 내부에서 "지금 즉시 윤석열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을 역임한 강일구 총경은 10일 오전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의 수사 상황을 놓고 "이 시급하고 중대한 시기에 도대체 뭘 망설이고 왜 주저하냐"며 이같이 비판했다.

강 총경은 2013년 '김학의 사건' 수사팀장을 역임한 바 있다.

강 총경은 우종수 국수본부장에게 "150명이나 데리고 지금까지 도대체 뭘 하셨나. 비상시기의 특수하고 중대한 사건을 왜 일상적인 형사 사건을 다루듯 수사하시나"라며 전날 '윤석열 출국금지를 검토 중이다', '긴급체포도 검토 중'이라는 식의 발언이 나온 경찰 특수단의 브리핑 내용을 지적했다.

또 "국수본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내란죄 수사권도 없는 검찰은 이미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의 신병을 확보했다"면서 "공수처는 국가수사본부가 검토하는 사이 윤석열을 출국금지했다"며 수사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경찰의 현 상황을 꼬집었다.

특히 강 총경은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총경은 "국수본이 검찰에 수사의 주도권을 사실상 빼앗긴 지금, 당장 윤석열의 신병확보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며 "체포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강 총경은 "여기서 더 머뭇거린다면 경찰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음에도 주춤주춤하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한 바보가 될 것"이라며 "경찰은 내란죄에 가담한 국가기관으로서의 오명을 조금도 씻어낼 수 없으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다른 총경급 경찰 간부들도 호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경찰청 소속 황 모 총경은 "증거를 확실하게 수집한 후에 신병을 확보한다거나 하는 교과서적인 방식으로는 경찰은 뒷북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 총경은 체포 실행 과정에서 긴급체포보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방식이 더 유리할 것이라며 공수처와 협력해 영장을 청구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