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조폭 상경 막기 위해 서울 조폭들 연합 구축
(서울=뉴스1) 이윤상 기자 = 지방 폭력조직의 서울 진출을 막기 위해 서울 지역 조직폭력배들이 연합세력을 구축한 사실이 경찰에 의해 처음 밝혀졌다.
지난 6월 4일 저녁 7시 30분께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웨딩홀에 고모씨(27)와 건장한 체구의 청년 16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서울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답십리파', '이글스파', '화양리식구파'가 연합한 폭력조직의 조직원들이었다.
이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답십리파' 조직원 A씨(26)가 몇달 전 대구지역에서 '전주나이트파' 조직원 B씨(26) 등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것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10월 A씨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대구지역 한 폭력 조직원을 위해 결혼식 전날 마련한 '총각파티'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행사에 참석한 '전주나이트파' 조직원 홍모씨(27) 등에게 "요즘 전라도 애들이 서울에서 너무 설친다"며 지방 폭력 조직의 서울 진출 움직임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화가 난 홍모씨 등 '전주나이트파' 조직원들은 "우리 조직을 폄하했다"며 A씨를 집단 폭행했다.
이후 이 사실이 서울 연합 조직원들에게 알려졌고 고씨는 9개월을 기다리며 보복할 기회를 엿봤다.
마침 홍씨 등이 광주지역 폭력조직원의 돌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다는 소식을 접한 고씨는 연합 조직원들을 이끌고 행사장을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고씨 등 일당은 홍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고 정신을 잃자 눕혀 놓은 상태에서 가슴과 팔 등을 마구 짓밟아 양팔 척골골절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주나이트파' 조직원들이 보복을 위해 대거 상경했다.
고씨 등 서울 연합 조직은 이들과 본격적인 세력 대결을 벌이려고 마음먹고 직접 제작한 흉기를 소지하고 '전주나이트파' 일행이 상경하는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시민의 신고로 이들 조직간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돌잔치 행사장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보복폭행을 주도한 고씨 등 4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조직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달아난 2명은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 출신 폭력조직원들이 서울에 올라와 각종 이권에 개입하자 서울 지역 폭력조직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지역 폭력배들이 이권을 지키기 위해 연합세력을 구축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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