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故 정인철 고대 교수 자살, 이면엔 '연구소 예산' 문제

미망인 명씨, 연구소 예산 명목 최초 공개…내부 예산 집행에 문제점 상당수 존재

성희롱 의혹으로 지난 2010년 10월19일 자살한 고(故) 정인철 고려대 수학교육과 교수의 사망 이면에 교과교육연구소 내부 예산 문제가 얽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 정 교수 부인 명정애씨는 11일 오후 4시께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LG-POSCO 경영관 라운지에서 뉴스1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교과교육연구소 연구비 명목을 공개했다.

명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 정 교수 사망 이면에는 성희롱 문제를 넘어 연구소 내부 예산 문제가 연관됐다고 추정할 만한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었다.

고 정 교수는 당시 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던 '사이버 가정학습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소 내부 예산 집행과 관련해 김 조교와 의견 대립을 빚었다고 했다.

명씨는 "연구소장 황 교수가 정 교수를 연구소 책임자로 임명하면서 연구소 예산을 비롯한 모든 권한도 역시 위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 때까지 예산과 행정적인 부분을 처리해오던 조교 김씨가 당시 프로젝트 예산 부분까지도 임의로 진행하면서 정 교수가 이의를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과교육연구소는 지난 2010년 6월 모 회사와 1억원 짜리 업무 계약을 맺고 '사이버 가정학습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연구소는 이 회사로부터 1차 원고료(선금 개념) 3000만원을 받았다.

계약서에 따르면 1차 원고료 3000만원은 황 교수와 정 교수 각 100만원, 김 조교 400만원, 연구원 3명에게 각각 800만원씩 지급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김 조교는 연구소 내부 예산을 따로 책정해 황 교수와 정 교수 각 800만원, 김 조교 700만원, 연구원 3명에게 각각 100만원씩 책정했다.

실제로는 회사로부터 황 교수와 정 교수 각 96만7000원, 김 조교 386만8000원, 연구원 3명에게 각각 773만6000원씩 입금됐다.

미망인 명정애씨가 공개한 이메일 원문. © News1

이에 대해 고 정 교수는 "1차 원고집필비에 대해 800만원이 되도록 나머지 금액을 입금하기로 한 것은 누구의 결정인가요?"라며 "지금 현재 상황에서 예산에 대해 알고 싶으니 자료로 정리해서 보내주세요"라고 회신했다.

명씨는 당시 고 정 교수는 96만7000원을 입금받았고 , 김 조교가 말한 '800만원'을 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예산에서 약 700여만원을 추가 입금시켜주겠다는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연구원들에게 각각 입금된 금액 770여만원은 연구소 내부 예산에서 책정한 100만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명씨는 "김 조교가 연구원들의 통장을 직접 관리했을 수도 있다"며 "만일 연구원들이 개인통장을 직접 관리했다면 670여만원씩 되돌려 줘야 했다는 말인데, 이들이 과연 자신의 인건비가 얼마인지는 알았을지? 실제 인건비는 얼마씩 지급됐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연구소와 회사의 계약기간은 지난 2010년 6월3일부터 2011년 6월30일까지였다. 연구소가 지급받아야 할 중도금은 4000만원, 잔금은 3000만원 등이었다.

고 정 교수는 1차 원고료 96만7000원만 입금 받았을 뿐 나머지 금액은 전혀 받지 못했다.

또 김 조교에게 예산 편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다음날 7월21일 황 교수로부터 연구소에 대한 모든 권한을 박탈당해 중도금, 잔금 등 예산 운용 상황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명씨는 "회사와 연구소 사이의 중도금과 잔금이 어떻게 지급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고려대 교수협의회는 '진상조사규명위원회'를 조직해 고 정 교수 사망사건에 대한 내부조사를 주도하며 학교 측과 황 교수, 김 조교 등에게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고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미망인 명정애씨. © News1 박세연 기자

<br class="Apple-interchange-newline">고 정 교수는 지난 2009년 3월 수학교육과 교수로 부임해 2010년 4월 교과교육연구소 소장으로부터 연구소의 실질책임자로 임명받았다. 

그러나 정 교수가 연구소 운영실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여조교와 갈등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 교수는 지난 2010년 8월2일 연구소에 대한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고 자신의 강의과목도 취소됐다.

또 8월9일 미국 출장을 간 사이 황 교수가 직접 8월12일에 정 교수가 여조교를 성희롱했다는 취지로 양성평등센터에 신고를 했다.

정 교수는 이후 두차례 조사를 받은 뒤 10월18일 징계 취지의 심의결과 통지서를 받고 19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명씨는 고대 양성평등센터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0월7일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고대 측은 같은 달 25일 정보공개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차원에서 법원에 항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고대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명씨를 비롯한 유족들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한편 명씨와 주변 지인들은 지난해 9월17일부터 고대 정문 앞에서 '정 교수 성희롱 의혹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쳐왔다.

또 명씨는 지난 4일부터 매주 수요일 고대 총장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명씨는 청와대 '신문고'에도 고 정 교수 사건에 관한 사연을 올렸고 교과부도 고대 측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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