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경찰은 '동네북'인가 '만능 일꾼'인가

윤희근 경찰청장과 남화영 소방청장이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침수사고 현장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점검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소방청 제공) 2023.7.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현장을 힘들게 하는 '경찰만능주의'를 극복하겠다."

지난해 8월 윤희근 경찰청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말이다. 윤 청장은 이후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경찰만능주의 극복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유 사무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데 경찰관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했다.

인기영합주의란 얘기도 나왔지만 실제 윤 청장은 경찰만능주의를 해소할 정책관리팀이라는 별도 조직까지 두는 등 공을 들였다.

기대가 컸던 것일까. 요즘 현장에선 경찰만능주의를 극복하기는커녕 외려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크다.

발단은 지난달 오송 참사 직후 다시 고개를 든 경찰 책임론이다. 검찰은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충북경찰청 경찰들을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차도 통제에 책임이 있는 지자체들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게 사고의 1차 원인인데 재해 상황에서 현장을 분주하게 누빈 경찰관들에게만 책임을 씌우려 한다는 경찰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를 중심으로 "경찰이 동네북이냐" "대한민국의 모든 안전사고가 경찰 책임인가" "국가·지자체의 책임을 경찰에 전가하지 마라"는 팻말을 드는 1인 시위가 이어졌다.

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경찰력의 100%까지 동원되는 갑호비상이 전국 각지에서 발령되는 등 경찰이 비상근무에 돌입하면서 불만에 다시 불이 붙었다.

잇따르는 살인 예고 글에 경찰력 상당수가 특별치안활동에 나섰고 전국으로 흩어진 잼버리 대원을 챙기느라 피로도가 상당한데 갑호비상까지 발령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지자체에 맡겨진 재난예방 업무를 경찰이 해야 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경찰청이 각 시도청에 상습 침수 도로와 저지대, 반지하 주택 등의 예방 순찰을 강화하고 지하차도 침수 등에 대비해 선제 통제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주민·야영객에게 대피 명령을 하지 않아도 필요하다면 현장 경찰관이 직접 대피 조치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경찰관들이 일이 많아진다고 경찰만능주의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사무분장 경계가 불분명한 업무를 일단 경찰이 떠맡고 문제가 생기면 '경찰만 탓'하는 시스템이 두려운 것이다.

현장 경찰관들은 재해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거부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재난 및 안전 관리의 책임이 지자체 등 다른 기관에 부여돼 있는데 경찰청장이 나서 재난 안전의 컨트롤타워를 떠맡으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불분명한 역할 속에서 자칫 머뭇거리거나 실수해 따라오는 사회적 비판, 법적 처벌은 온전히 현장 경찰관의 몫이 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2조1항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를 경찰의 직무 범위로 본다. 법을 폭넓게 해석하면 경찰은 국민이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칠 때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하면 무한 책임을 진다.

윤희근 청장이 1년 전에 한 약속과 달리 경찰의 업무는 더 늘어나고 현장의 피로도도 올라가고 있다. '경찰만능주의 극복'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남은 1년은 '경찰만 탓'하는 구조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songss@news1.kr